▲초상권 침해라고요! 밥 먹는데 찍지 마세요! 입술에 붙여 놓은 밥풀은 내일 먹을려고 아껴둔 거예요. 신경쓰지 마세요.
이유하
벌써 점심시간이에요. 밥맛이 별로 없는데, 자꾸만 선생님이랑 형아들이 밥 안 먹으면 비실비실 쓰러진대요. 곁눈질로 살짝 보니까 오늘 반찬에 어묵이랑 만두도 있어요.
저 만두 좋아하는데, 조금만 먹어볼래요. 아, 먹으니까 맛있네? 조금 더 주세요! 잠시만요. 밥 좀 먹고 이야기해요. 밥 다 먹고 나면 스티커를 붙일 수 있거든요.
밥 먹고는 텔레비전에서 '더불어입학식'이라는 걸 봤어요. 재미있는 만화영화일 줄 알았는데, 이상한 거예요. 별로 재미없어 보이는데, 자꾸만 앉아서 보래요.
아… 근데 저거 문지오 아냐? 지오는요. 옛날 옛날에 입학식 갔을 때, 거기서 본 친구예요. 아! 오늘 온 이상하게 생긴 선생님도 생각났어요. 저번 저번에 본 것 같기도 하고, 저 사람 아녜요?(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킨다)
저 근데 사실 입학식에서 친구들이랑 춤출 때, 구석에 숨어있었어요. 화면에 제가 없죠? 숨어있는 게 훨씬 재미있었어요. 그래도 불만인 건요. 제가 세어봤는데요. 저는 텔레비전에 딱 두번 밖에 안 나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었어요. 어어, 방금 저 나온 거 봤어요?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나홀로 입학생이 뭐예요? 전 단산초등학교 입학생인데요? 1학년은 저 밖에 없어요. 2학년 형아도 없어요. 그래서 이 가방이랑 옷도 선생님들이 사주신 거예요. 그러고 보면 전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자꾸만 사람들이 맛있는 거 많이 사줘요. 이상한 건요. 이렇게 좋은데 이제 학생들이 이 학교에 안 들어온대요.
조금 있으면 학교가 없어져 전학가야 해요이건 비밀인데요.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요. 조금 있으면 학교가 없어진대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저는 눈치 백단 명탐정 어린이거든요. 내년에는 우리 모두 산외초등학교로 전학을 간대요. 근데 전 좋아요. 짝꿍이었던 진우가 산외초등학교로 전학을 갔거든요.
진우 말이 거기는 학생들도 많고 좋대요. 저번에 한 번 놀러갔는데, 반이 '육반'이나 있어요. 우리는 '삼반'인데 말이에요. 지금은 5학년 형아랑 누나랑 같이 공부해요.
그런데 막상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려니 좀 싫기도 해요. 여기 있어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형아들은 이 학교에 있는 게 더 좋대요. 학교도 가깝고 선생님들도 좋다고 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내년에는 단산초등학교가 '교통안전관리' 뭐시기가 된데요. 차로 빵빵~ 하면서 왜 그거 있잖아요. 사실 저는 뭔지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