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버린 숭례문숭례문 화재가 발생한 다음날 출근길. 숭례문의 웅장함은 사라진지 오래고 장막을 치기 위한 공사만 한창입니다.
이재승
새벽 4시경에 남대문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조사에 응해 달라면서. 이날부터 사나흘은 경찰서, 회사, 용의자 검거현장까지. 정말 정신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고 결국 방화 용의자인 채모씨가 체포되었습니다. 딱한 사정도 있었지만 문화재를 불태우는 것은 방식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정신 없는 며칠이 지나고 언론은 저를 숭례문 화재의 '최초 목격자'로 보도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상금'이라는 명목으로 150만원이 제 통장에 입금됐습니다. 공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묘한 느낌의 돈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노숙인 단체에 기부하고, 밥 사고... 남은 돈은 무얼 하지?국보가 불타는 현장을 처음 목격했다는 이유로 포상금을 받는다는 게 왠지 맘에 걸렸지만, 의미 있게 쓸 준비만 되어 있다면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선 앞서 언급했듯이 제가 YTN과의 첫 인터뷰에서 인상착의를 '노숙인'으로 표현하면서 고통 받으신 노숙인분들을 위해 인권단체에 일부를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드릴 작은 선물과 3일 동안 업무를 제대로 못 봐도 아무 말없이 응원해준 회사 동료들과 친구들 몇몇에게 밥을 샀습니다.
그런데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들더군요. 웃고 즐기기 보다는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지는 않을까. 퇴근길 앙상한 몰골만 남은 숭례문을 바라보며 고민을 했습니다. 무얼 하면 좋을까?
며칠을 고민하고서야 결정한 것이 "자전거를 구입해서 자전거 출근을 시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시골 출신인 제게 지하철과 만원 버스는 지옥과 다름 없었고 저 하나라도 자출을 한다면 그만큼의 CO2가 줄어들거라 생각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숭례문과 약속을 했습니다.
"네가 다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그날까지 자출하며 너의 모습을 바라보겠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