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의 찰스 깁슨과 인터뷰 중인 세라 페일린
ABC
50일 남은 미국 대선판에 최근 돌풍을 몰고 온 공화당 부통령 후보 페일린이 메이저 언론사인 ABC의 간판 앵커 찰스 깁슨과 지난 11일(현지시각) 인터뷰를 했다.
이번 인터뷰는 미국 국민들이 페일린의 '진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사실 지난 8월 29일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목된 페일린은 후보 지목 후 2주일 동안 전당대회에서 인기를 끌었던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유세 내내 반복했었다.
매케인 선거 캠프에서는 '페일린 효과' 극대화를 위해, 아니 보다 솔직하게 말하면 그 '거품'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깁슨과의 인터뷰를 철저하게 준비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대선전 때 참여했던 베테랑 참모들을 알래스카로 귀향하는 페일린과 동반하게 했는데, 그 '연습' 효과는 이번 인터뷰 내내 드러났다.
가령, 질문의 '키워드'에 따라 준비된 답변을 말하는 식이어서 답변의 '논조'는 유지됐지만 구체적인 예나 정책은 거의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깁슨은 말만 바꾼 채 같은 내용을 여러번 반복 질문해야 했다. 그러나 페일린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시종 일관 미소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부시 독트린' 모르는 페일린... 인터뷰서 동문서답이번 인터뷰의 목적은 과연 그녀가 미국의 부통령이 될 만한 준비가 되어있는지, 특히 유사시 매케인을 대신해 대통령직까지도 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깁슨은 ▲ 이라크 전쟁, 러시아-그루지야 문제, 이란-이스라엘 문제 등의 외교문제 ▲ 낙태, 동성애, 종교와 같은 사회 문제 ▲ 감세, 실업, 지방 개발 보조금과 같은 경제 문제, 그리고 페일린이 시장과 주지사로 있었을 때의 업무 실적과 루머에 대한 것까지도 광범위하게 질문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여권이 없었다는 페일린에게 깁슨은 그녀가 러시아에 대해 어떤 '시각(Insight)'을 갖고 있는지 질문했고, 페일린은 알래스카가 러시아와 얼마나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지를 강조하며, 알래스카에서 러시아가 육안으로 보인다고 답변을 했다. 페일린의 외교 경력이 전무하다는 상대편의 비판이 있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깁슨은 다시, (지리적 근접성을 확인해보자는 게 아니었으므로) 그런 지리적 근접성이 러시아에 대해 어떠한 관점을 갖게 했는지를 재차 질문했고, 그제서야 페일린은 우방을 비롯 주변 국가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대답했다.
페일린은 또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되기를 희망하며, 나토 조약의 내용에 따라 그루지야가 러시아의 공격을 받은 경우 미국이 무력 개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이란의 핵무기에 대해 이스라엘이 자위권을 이유로 이란을 공격하는 것에 대해 "두 번 고려할 겨를이 없다"라는 말을 3번이나 반복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 중 '부시 독트린'(미국을 공격할 것으로 짐작되는 상대를 먼저 공격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자기방어 논리)을 이해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해 외교 문제에 대한 무경험과 무지를 증명했던 페일린은 지난 11일 자신의 아들이 포함된, 이라크로 떠나는 군인들 앞에서 9·11 테러와 이라크와의 상관 관계를 재차 강조함으로써, 그녀의 부통령 후보 자격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알고 보니, 전혀 개혁적이지 않았던 페일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