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전당대회 내내 반전시위가 계속되고 있다김헌태
▲ 공화당 전당대회 내내 반전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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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전당대회 분위기는 민주당의 그것과 꽤 다르다. 관광도시 덴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전당대회 분위기를 축제처럼 만들었다면, 이 곳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대신 경찰·경비들도 덴버보다 삼엄하다. 집권당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아무래도 스타 오바마를 보유한 민주당과 달리 분위기가 침체되어 그럴 수도 있다. 이 곳 미네소타가 전반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높은 곳이므로 경비에 더 신경쓴다는 해석도 들린다.
반전 시위대를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내가 묵는 호텔 앞에서는 경찰이 반전피켓을 실은 자동차를 저지하고 한참동안 조사를 벌였다. 덴버에서도 반전 목소리가 있었지만 홍보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이 곳의 반전 시위는 그런 수준이 아니다. 경찰들 표정에서도 살벌함이 느껴진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여러모로 악재가 겹치고 있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둘러싸고 스캔들까지 떴다. 어차피 검증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불거지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공화당 전당대회를 더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그와 관련한 논란은 17세 딸의 임신과 직권남용 문제이다.
미성년자인 딸의 임신을 놓고 "사생활이기 때문에 대선과 관련이 없다"는 주장과 "공인의 가정교육인만큼 시빗거리가 된다"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다. 어쨌든 보수층 결집을 약화시킬 가능성은 있다. 가정을 중시하는 미국 남부 보수적 기독교인 노인층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직권남용 문제는 여동생의 전남편(제부)과 관련한 일이다. 경찰관인 그가 전기충격기로 가족들을 협박했는데, 페일린이 그를 해고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페일린 주지사는 알래스카의 작은 마을인 와실라 출신이다. 그녀는 1984년 고교시절에 마을 미인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외모만 가꾼 것은 아니다. 학교 농구대표 선수였는데 거친 실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는 "미인대회 참가에 대해 후회하고 있으며, 거친 농구선수였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하고 있다.
고교를 졸업한 후 가출해 지금의 남편과 동거를 시작했고, 결혼신고는 했지만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남편은 파트타임으로 어업에 종사하며, 석유회사 매니저이기도 하다. 그는 부분적으로 알래스카 원주민 피가 섞여있고 스노모빌 대회에서 세 번 우승한 '터프가이'다.
지금 그는 다섯 아이의 엄마인데, 5개월 된 막내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아이스하키 선수였던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경기장을 쫓아다니던 '하키맘'이었는데, 지금 그 아들은 훈련병으로 이라크 파병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32살에 인구 7000여명의 작은 도시 시장이 되었으며, 매일 4시 반에 일어나 일정을 시작한다. 시장 재직시 아이를 낳은 다음 날부터 출근할 만큼 정력적이다. 오순절 교파의 신도(주로 영적 체험을 중시하는 기독교의 종파라고 한다)이기도 하다.
또한 주지사가 되자마자 전용 비행기를 팔아 치우고 스노모빌을 타고 다녔으며 사격을 즐기는 여장부이다.
알래스카의 원유를 중앙정부와 대규모 정유회사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으며 그 문제를 해결해야 지역이 산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그녀는 뇌물이나 부정부패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여 왔는데 그녀의 전임자들이 정유회사의 뇌물 때문에 감옥에 줄줄이 들어갔던 것과는 달랐다.
그의 이미지는 '미인대회 우승자' '극성 슈퍼맘' '람보' 등이 뒤섞여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핵심적 이미지는 초보라는 것이다. 작은 시골마을 시장을 지내다가 주지사에 처음 당선되어 임기를 2년 정도 수행한 것이 공직 경력의 전부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스캔들 외에도 남편의 음주운전 체포, 알래스카독립당(알래스카를 미국에서 분리시키자는 정치세력)에 관여했던 일 등이 들춰지고 있다.
사실 부통령 후보 페일린에 대한 논란은 전방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매케인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의 유고시 대통령이 돼야 할 부통령을 참모와 구분도 못하느냐는 것이다. <뉴스윅>의 조나단 알터는 "암 경력을 가진 72세의 대통령 후보가 시골마을 세라를 부통령으로 만든 것도 잘못된 것이다, 기대주가 경기에서 득점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조롱하듯이 권고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오바마를 '초보'라고 공격하던 매케인 진영은 전략 콘셉트를 이어가기도 힘들게 되었다. 전력 분산으로 인한 손해는 물론이고, 당장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참모들은 "매케인이 페일린으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전한다. 저돌적이고 추진력을 앞세우는 모습이 매케인의 '미니미'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언론에서 주목하는 것은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언론들은 "(부통령 후보를) 아직도 바꾸지 않았느냐"고 비아냥거린다. 게다가 힐러리는 자신이랑 비교되는 것이 모욕적이라고 열을 받고 있단다.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는 공화당의 전당대회장
거리 곳곳, 육교 위 그리고 주요 광장 등에는 빠짐없이 반전 시위대가 등장한다. 이들은 '이라크 철군'은 기본요구이고, 이라크 참전병사들의 정신·신체적 장애 보상도 주장한다. 더 나아가 잘못된 전쟁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보상까지 요구한다. 덴버에서 보았던 반전구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생각난다. '양키 컴 홈'이다. '다른 나라 가서 못난 짓 말고 제발 돌아오라'는 것이다.
또 지난 LA폭동 사태 때에도 그렇지만 '소득없는 전쟁'으로 사회보장 예산이 삭감된 뒤 미국 사회는 항상 불안정해진다는 김동석 소장의 분석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반전시위가 격렬하고 규모가 커지는 측면도 있고, 경찰의 태도도 강경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