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옆에 흐르는 개천물의 콸콸 흐르는 소리에 가슴까지 시원해집니다.
김종성
요즘 같이 햇살이 따갑고 뜨거운 날은 자전거 타고 다니기가 두려울 정도입니다. 피부를 태우는 것 같은 햇살도 햇살이지만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40도가 넘는 지열은 정말 후끈후끈하지요.
장마도 지나가고 가끔씩 쏟아지는 소나기 혹은 국지성 호우가 그리워지는 때, 더 이상 기상청의 예보를 믿지는 않지만 소나기가 예상된다는 뉴스를 보고 집 앞에서 외로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애마를 타고 청정 숲길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국립수목원(예전엔 광릉 수목원) 가는 길이 그곳인데 승용차나 버스를 타고 갈 때마다 참 멋진 길이구나 감탄을 했던 숲길입니다. 포천 축석 검문소에서 시작되는 이 청정 숲길은 국립수목원을 지나 광릉을 거쳐 봉선사라는 절에 이르기까지 온통 푸르디 푸른 나무들과 숲과 새들, 잠자리들과 함께 하는 길이지요.
저는 애마를 전철에 싣고 의정부역에서 내린 후, 포천을 지나 국립수목원을 향해 달렸습니다. 이날은 기상청의 예보가 들어맞아 구름이 많아 날이 흐리고 더울 만하면 소나기가 많이 쏟아져 내려 비도 실컷 맞고 지나가는 차가 뿌리는 물세례도 맞았지만 재미있는 자전거 여행이 되었습니다.
의정부 시내를 지나 국도의 다양한 갓길을 경험하며 많은 차들과 함께 포천에 들어서니 바로 보이는 국립수목원 입구 표지판이 반갑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청정 숲길이 실컷 달리고픈 본능을 자극해 다리에 힘이 불끈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런 제 마음과는 달리 이 길에는 갓길이 거의 없는 위험하기도 한 길이라 천천히 달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이럴때 자전거식 표현으론 '샤방샤방 모드'라고 합니다).
게다가 심심하면 소나기까지 내리니 제가 달리는 차도의 맨우측 흰색선을 생명선으로 생각하고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고정합니다. 갓길 없는 2차선 길에 차들이 옆으로 스치며 휙휙 지나가지만 제 경험으로 보아 맨 우측 흰색선을 밟으며 달리겠다는 강한 뒷모습을 등에 표현하며 천천히 달리면 뒤에서 오는 차들이 빵빵대거나 위협적으로 지나가지는 않더군요. 이날은 뒤에서 오는 차들의 '자전거 조심해'하는 경적소리를 한 번 밖에 안들은 신기록을 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