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물을 끼얹은 지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이돈삼
등목을 한 다음 나무벤치에 앉아 한두 마디 이야기를 하는데 지오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된다. 그 시선을 따라갔더니 대형 풍향계가 서 있다. '과학에 관심이 높다더니 허튼 말이 아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놀이기구 같아요. 저기 타면 재밌을 것 같은데…"라고 한다. 풍향계를 보고 놀이기구를 떠올린 지오의 말에 역시 어린아이의 상상력은 어른들의 그것을 뛰어넘는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한다.
"지오야! 너는 배 타면 멀미 안 하겠다. 아저씨는 멀미하는데."
"멀미 많이 해요. 저는 배 타는 게 무서워요."
"아니, 섬에 살면서 배멀미를 심하게 하면 어떡하냐?"
"전 배 타는 거 싫어해요."
사실 지오는 배멀미를 심하게 한단다. 오죽 멀미를 심하게 하면 육지 나들이를 무서워한다고 했을까. 그래서 뭍으로 여행하는 날에는 식사는커녕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고. 배 안에서 토해내면서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고통을 잘 아는 지오이기에 배를 타기 전에는 스스로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멀미를 하지 않았고 배 안에서 라면도 먹었단다. 먼바다에 파도가 없어 배가 전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빠가 밤새 바다를 다림질했다고 했어요.(웃음) 파도가 일어나지 말라고…."
"태풍이 오기 전날 바다는 어느 때보다 평온하거든요. 태풍 '갈매기'가 온다는데, 내일이면 파도가 심했을 거예요. 아마 섬에서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지오와 지오 엄마의 얘기다. '태풍전야'라는 게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그런 평온한 바다를 보고 섬사람들은 "장판"이라고 표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