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길뒤에 보이는 것이 성수대교
안호덕
느림은 많은 것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내 발로 땀흘려서 가고, 힘들면 쉬고. 20분에 한 대꼴로 오는 국철를 조바심 내며 기다리지 않아 좋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자전거 출퇴근. 다섯 해가 지나 이제는 어지간히 중독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바쁘지 않은 출근길. 간만에 카메라를 들고 나왔습니다. 시작은 언제나처럼 집을 나서 뚝섬 유원지로 한강 진입. 조금 가다보면 성산대교 18㎞ 이정표. 앞에는 성수대교가 버티고 있습니다.
성수대교. 아침 출근길에 무너진 다리는 32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성장 제일주의와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극이 현장. 그것이 14년 전 일입니다.
붉은 칠, 붉은 조명. 강열하고 아름다워 이제는 야경 감상의 명소입니다. 비오는 날 늦은 밤 퇴근길. 조금은 으스스 할 때도 있지요. 그 밑으로 서울숲으로 통하는 토끼굴이 있습니다. 가파른 길이니 자전거는 내려서 가시길.
서울숲 입구를 끼고 돌다보면 중랑천 합류 지점. 압구정과 옥수동이 보이고 동호대교·한남대교·잠수교까지 보입니다. 겨울이면 철새들이 모여들고 봄이면 응봉산 개나리가 온 산을 수 놓습니다. 요사이는 늦은 저녁 벤치에 앉아서 지는 노을을 보면 장관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로 추천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중량천을 넘어 옥수동 역을 보면서 달립니다. 국철과 나란히 달리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