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국민존중 선언과 평화집회 보장을 위한 기독교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목사와 신도 및 일반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명동입구를 지나고 있다.
권우성
[5신 : 4일 새벽 0시 5분]
"나도 장로다, 이명박이 부끄럽다""이명박 대통령은 거대한 소망교회 장로다. 나는 서울 거여동의 작은 향린교회 장로다. 하지만 같은 장로로서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똑같은 성경책을 읽는데도, 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
김동환 장로의 말에 서울광장에 남아 있던 시민들은 촛불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최소한 3일 서울광장에 모인 개신교인들에게 '장로' 이명박 대통령은 부끄러움의 대상이었다. 목사와 장로들이 이 대통령을 비판할 때마다 개신교인들과 시민들은 함께 박수와 환호성은 터뜨렸다.
천주교에 이어 서울광장에서 시국기도회를 연 개신교인들 역시 십자가를 앞세우고 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말도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경기도 이천에서 활동하는 신광수 목사는 "누군가 인도로 차를 몰아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 계속 시민들이 광장에서 돈을 걷어 치료를 해줘야 하나, 올바른 일이지만 그게 과연 진정한 해결책인가"라며 "미친 운전자를 끌어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 목사는 "6·29 선언 21주년이던 지난 6월 29일, 경찰이 서울광장을 경찰차로 에워쌌는데, 나는 그 순간부터 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서 인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에서 활동하는 최헌국 목사 역시 "두 달 넘게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7월 5일 국민촛불대행진 때 확실하게 승리의 도장을 찍자"고 말했다. 이 말에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오는 5일 국민촛불대행진에서 개신교인 1000명은 무대에 올라 합창을 할 예정이다. 어떤 노래를 어떤 사람들이 부를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노래에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개신교인들의 마음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인들이 중심이 된 이날 촛불문화제 역시 경찰과 충돌 없이 밤 11시께 마무리 됐다. 4일에는 불교계가 서울광장에서 다시 대규모 시국법회를 연다. 종교인들의 '기도발'에 힘을 받은 것일까. 촛불은 다시 활활 타오를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