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판에 있는 모를 이앙기로 옮기는 모습
이민선
왕초보 농사꾼도 할 수 있는 '뜬모작업' 하지만?모판에서 모를 떼어내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또, 갓난아기를 목욕시킬 때처럼 섬세한 손길도 필요하다. 우악스럽게 떼어내면 모가 부스러져서 못쓰게 된다. 모판에서 모를 떼어내서 이앙기에 옮겨 실어주는 '기술자'는 농사일 경력 30년차 기정이형 부인이다.
기술 없는 난 '뜬모(국어사전에는 없는 말)'를 했다. '뜬모'는 글자그대로 뿌리가 땅에 박히지 못하고 물에 떠있는 모다. '뜬모'를 찾아내서 흙에 심어주는 작업을 '뜬모작업'이라 한다. 또 기계가 심지 못한 논 가장자리 부분은 일일이 손으로 모를 심어야 하는데, 이 작업도 '뜬모작업'이라 한다.
"겨우 두 뱀이 하고 허리 아프다고 하면 워쩐대유? 맨날 하는 사람도 있는디."형수님(기정이형 부인)에게 한마디 들었다. 누가 들을 새라 나지막하게 한 혼잣말이었는데 귀 밝은 형수님은 놓치지 않고 들었던 것. 듣고 보니 미안했다. 팔십 평생 농사일만 한 아버지와 50년 동안 농촌을 지켜온 형님 부부 앞에서 감히 '허리 아프다'는 말을 한 것이. 겨우 8시간도 일하지 못한 주제에.
'두 뱀이' 넓이는 약 606m²(1000평)다. 논은 논두렁으로 경계가 표시된다. 하나의 논두렁 과 논두렁 사이가 한 뱀이 된다.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충남 예산과 당진 부근에서 예전부터 사용되는 단위다.
'뜬모작업'은 모내기 이후 몇날 며칠을 더 해야 하는 일이다. 아무리 잘 살펴도 '뜬모'는 사방에 숨어있다. 이 작업은 별 수 없이 부모님이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