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자전거에 호연이를 태우고(작년 봄)
하영이는 당시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다녔음
이민선
자전거 보유 대수로만 치면 우리가족은 명실상부(名實相符) 자전거 가족이다. 팔순 부모님부터 4살배기 아들 호연이까지 자전거를 한 대씩 보유하고 있다(총6대). 시골(충남예산)에서 농사짓고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전거를 요긴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아버지 자전거는 삼천리 자전거 '고전형(다목적 생활용)'이다. 특별한 이름이 없기 때문에 '고전형'이라 이름 붙여 본다. 70~80년대 도로를 누비던 자전거를 연상하면 된다. 요즘 유행하는 '신사용' 자전거 보다 짐받이와 바퀴가 약간 크다.
아버지 자전거에는 한상 삽이 실려 있다. 자전거 프레임 사이에 1년 내내 삽을 매달아 두신다. 이 자전거를 타고 논에 물꼬를 보러 다니기도 하고 짐받이에 낫을 매달고 다니며 논두렁 풀을 깎기도 한다. 여름휴가 때 집에 가면 이 자전거는 내 차지가 된다.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 녀석들을 만나 막걸리 잔을 기울인다.
지금도 난 이 자전거가 편하다. 똑같은 모양의 자전거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난 9살 때 자전거와 처음 만났다. 비쩍 마른 꼬마가 제 몸뚱이 보다 더 큰 자전거를 어떻게 끌고 다녔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엎어지고 넘어지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면서 중심 잡는 법을 배웠다.
겁 많은 어머니 자전거 타고 무작정 신작로에 가다어머니는 칠순 넘어 자전거를 배웠다. 150cm가 갓 넘는 작달막한 키의 어머니가 숙녀용 자전거(여성용 클래식)를 타고 논누렁을 질주하는 모습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어머니는 이 자전거를 타고 논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위해 새참도 나르고 일요일이면 성당도 가신다.
어머니는 무릎이 아파서 반평생을 고생하셨다. 고된 농사일 때문이다. 걷는 것이 힘들어서 자전거를 배우게 됐다. 이후, 자전거는 어머니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어머니는 겁이 많다. 처음 자전거에 오를 때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했다.
"남들 다 하는데 까짓것 나라고 못할 것 없다고 생각했지! 무작정 자전거 사가지고 신작로로 나갔어."
이 말을 듣고 역시! 어머니답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비록 겁은 많지만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강단' 있는 분이다. 어머니가 자전거 타는 것이 때로는 걱정스럽기도 하다. 씽씽 달리는 자동차가 어머니 자전거 옆을 지날 때는 위태로워 보인다.
어머니는 아직 자전거 운전 실력이 서투르다. 이글을 읽는 분들에게 부탁한다. 150cm 갓 넘는 작달막한 키의 할머니가 뒤뚱거리며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더라도 좀 천천히 달려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