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밭갈이를 하는 농부의 뒷모습에서도, 갈아엎어진 흙에서도 봄내음이 묻어난다.
이돈삼
쉬는 날이다. 일주일만에 맛보는 늦잠이다. 아이들은 벌써 일어나서 보챈다. 며칠 전부터 섬진강변으로 자전거 타러 가자고 약속을 한 터였다. 게으른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선다. 피로가 쌓였다는 엄마는 집에서 쉬고, 대신 슬비 친구 혜미가 동행을 했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가정마을.
완연한 봄이다.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보리밭이 생기를 더하고 있다. 초목들도 신록의 색깔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아이들은 밖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표정이다.
그 사이 자동차는 호남고속국도 석곡나들목으로 들어가 오른편에 보성강을 끼고 달린다. 강은 참 기이하다. 하구보다 더 남쪽인 보성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휘돌아 흐르니 말이다. 강변도로가 한적해서 더 좋다.
해찰을 일삼던 차는 광주를 떠난 지 1시간 30분만에 가정마을에 닿았다. 아이들은 주차도 하기 전에 자전거대여소로 달려간다. 슬비와 혜미는 혼자서 타는 자전거를 골랐다. 예슬이는 아빠와 함께 타는 2인용 앞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