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유동 로데오거리. 건대입구역 남쪽에 있다.
김대홍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치우쳤다고 해야 할까. 건국대역 근처엔 선배가 살고 있어 종종 찾았다. 건국대나 세종대도 종종 찾았던 편이다. 그 때마다 가는 방향은 항상 건국대입구역에서 나와 북쪽이었다.
숱하게 이 곳을 찾으면서도 남쪽 출구로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건국대입구역 근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노유동은 전혀 몰랐으니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느끼게 된다.
건대입구역 근처서부터 노유동 구경을 시작했다. 건대입구역을 기준으로 북쪽 거리엔 식당이나 술집이 많은 먹을거리 골목이고, 남쪽은 옷을 주로 파는 로데오 거리다. 서울에서 옷을 많이 파는 거리엔 모두 '로데오거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패션거리 '로데오 드라이브'에서 유래했다.
1980년대 중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가장 먼저 생겼고, 송파구 문정동, 양천구 목동, 도봉구 창동, 은평구 연신내에 로데오거리가 들어섰다. 다른 지역 거리가 자연스럽게 생긴데 비해 노유동 로데오거리는 계획을 해서 꾸몄다는 게 차이점이다.
노유동 로데오거리 길이는 200여m 남짓. 1997년 만들어졌으니 이제 10년 가량 됐다. 간판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균일 한정 판매 19000원' '청바지 전문점 똥싼바지' '입어봐 짱'…. 확실히 옷가게가 많다.
나이트클럽 포스터도 본다. 어린 시절 노래를 즐겨 들었던 가수,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가수들이 보인다. 포스터 위엔 민주노동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나왔던 권영길 후보의 인사말이 걸려 있다.
"뜨거운 성원 고맙습니다. 한미FTA 저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요즘 돌아가는 상황이 생각나 괜히 마음이 씁쓸해진다.
로데오거리 끝 부분에서 모든 메뉴가 2900원인 집을 봤다. 100원만 올리면 3000원이지만, 100원 차이가 주는 느낌은 크다.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잘 가는 식당도 모든 메뉴가 2900원이다. 3000원을 받아도 될 것을 굳이 2900원으로 한 이유는 나머지 100원으로 커피를 뽑아먹으라고 한 것이다. 사소한 100원 때문에 괜히 기분 나빠지기도 하고, 유쾌해지기도 한다.
2900원 식당 뒤엔 OO상운 기사들에게 백반을 2000원에 파는 구내식당이 있다. 여기서 남쪽으로 조금 걸어 내려가면 중국동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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