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뒤끝에 초토화된 상추밭...조명자
항암제 독성을 이길 수 없어 주사도 못 맞는 내겐 남편이 아침마다 갈아 대령한 녹즙과 콩물이 유일한 치료약이었다. 생야채와 콩을 좋아하지 않는 마누라를 어르고 달래며, 남편은 억지로 한 컵을 먹이고선 소나무 숲 무성한 북한산으로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
기력이 없어 걷다 쉬다를 반복하면서도 북한산 오솔길에서 보던 들꽃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뺏겨 힘든 줄 몰랐던 매일의 산책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일등 공신인지도 모르겠다.
생야채는 싫어했지만 다행히 과일은 좋아했다. 퇴비를 듬뿍 준 토질에 농약 없이 키운 제철 과일. 그 때 맛을 알았다.
비료와 농약으로 때깔 곱고 탐스럽게 키워 낸 과일들은 종류 불문하고 맛도 싱겁고 과육도 부드러웠다. 반면에 유기농 과일은 작고 못생겼지만 탱글탱글하고 단단하며 질긴 살집을 자랑했다. 맛도 일반 과일보다 훨씬 향기가 있고 새콤달콤한 것이 입맛에 짝짝 붙는 것 같았다.
더구나 껍질째 먹는 과일, 예컨대 딸기나 토마토, 포도 같은 것은 그 차이가 더 심했다. 나중엔 사과나 배처럼 껍질을 까먹는 과일들도 겉에 밴 농약 냄새를 예민하게 느낄 정도였으니 무농약·유기농 과일 맛에 얼마나 길들었는지 알 만 하지 않는가.
유기농 식생활 10년 만에 완치 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