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데스크에 있는 오른쪽 두 소녀가 자원봉사자 두 딸이다.남소연
특별히 이번 자원봉사 활동에서 두 딸을 행복하게 했던 것은 함께 자원봉사 활동을 한 언니, 오빠들과의 만남이었다. 아이들은 유창한 통역사 언니들을 보면서 유능한 커리어우먼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성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결국 만남이다. 관계이고. 그런 점에서 두 딸들은 이번 포럼을 통해 귀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름다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특히 막내라고 사랑을 듬뿍 받아서 늘 밝고 환한 표정이었는데, 많은 시민기자들로부터 '포럼의 마스코트'라는 과분한 칭찬을 받기도 했다.
사실 공학도를 꿈꾸는 큰딸은 이번 포럼의 주제가 지루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과 지망생인 작은딸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차례 세션에 참석하여 진지한 경청을 했다. 하여간 이번 포럼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은 두 딸에게 대단히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만남을 통해 얻는 아름다운 관계
안토니오 릭스를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와 정반대 위치인 남반구의 브라질에서 온 시민기자다. 우리나라에 오기까지의 긴 여정을 그로부터 들었다.
△ 상파울로에서 페루까지 8시간 비행 (2시간 대기)
△ 페루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 9시간 비행 (5시간 대기)
△ 로스엔젤레스에서 인천공항까지 12시간 비행
▲ 총 36시간 소요
무려 하루하고도 반 나절이 걸린 긴 여행이었다. 하지만 장성한 3남매를 둔 중년의 안토니오는 기운이 펄펄 넘치고 있었다. 난생 처음 찾은 아시아 대륙과 한국 방문이 그를 설레고 흥분되게 한다고 안토니오는 말했다.
사실 이번 포럼이 아니었다면 그도 한국에 대해 잘 몰랐을 것이고 나 역시 그 먼 나라와 그 나라 사람에 대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브라질에서 왔다는 말에 나는 먼저 축구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는 축구를 싫어했다.
'에엥, 브라질 사람은 모두 축구 광팬인줄 알았는데.'
온 사방에 축구장이 널려 있는 브라질. 사람 머리가 축구공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브라질 사람들. 이런 열광 팬이 많은 브라질만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안토니오가 들려준 이야기는 의외였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에만 미쳐있는 거지?"
그래서 안토니오가 선택한 스포츠는 농구. 또한 브라질의 유명한 삼바 축제에 대해서도 안토니오는 관심이 없었다. 물론 그는 여느 브라질리언처럼 삼바춤의 기본 스텝은 밟을 줄 알았다. 내 앞에서 직접 시연을 해 보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안토니오는 '집단'이 광적으로 움직이는 그런 살벌한 풍경이 싫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안토니오는 대단히 흥미로운 대화 상대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