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련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하며 사측과 결별을 선언했다. 가운데가 노조 전 사무국장이었던 안은주 기자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안은주 선배는 이번 <시사저널> 파업 과정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게 된 선배입니다. 정말 아쌀합니다. 비유하자면 <시사저널> 노조의 '소서노'입니다. 아마 한국 노동운동 역사상 가장 훌륭한 사무국장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파업 초기에 <시사저널> 안씨 3남매가 특히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노조위원장 안철흥 기자, 사무국장 안은주 기자, 기술총책 안희태 기자. 그 중에서도 안 선배가 좋은 이유는 사람들을 포용해내는 너른 가슴이 있어서입니다. 안 선배는 집행부와 조합원, 특히 저처럼 까칠한 조합원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합니다.
그런 안 선배가 유일하게 품지 못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딸 지민입니다. 안 선배가 지민이와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몇 번 들었습니다. 지민이의 투정을 들어주다 늘 똑같은 말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냉장고에 찐빵 있으니까 전자렌지에 데워먹고 혼자 놀다 자라."
다행히 안 선배를 닮아 똘똘한 지민이는 바쁜 엄마를 이해하고 혼자 잘 챙겨 먹고 잘 놀고 잘 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곧이곧대로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지민이는 원래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들이 함께 쓴 <기자로 산다는 것> 출판기념회에서 반주를 해주기로 했었습니다. 그러나 행사 뒤풀이까지 다 마무리하려면 지민이를 챙길 수 없다는 생각에, 안 선배는 결국 지민이를 부르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 날도 지민이는 냉장고의 찐빵을 꺼내 전자렌지에 데워 먹었을 겁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3대가 어렵게 살고 친일파의 후손은 3대가 호강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반만 맞는 말입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3대가 자랑스럽게 살고 친일파의 후손은 3대가 쪽팔리며 삽니다.
조금 힘겨웠지만 <시사저널> 가족들에게도 이번 파업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믿습니다. 비록 '가난한 설'을 보내겠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울 것입니다. 혹시 여분의 박수가 있으시다면, 묵묵히 뒤에서 응원해주었던 가족들에게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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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주 기자네 냉장고에는 찐빵이 얼마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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