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를 지독히도 괴롭혔던 꽃샘추위가 물러가더니 올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여신이 내린 마법으로 마음이 들뜨고 분주하다. 겨우내 숨겨둔 속살과 눈부신 자태를 뽐내는 봄꽃들의 향연이 산으로 들로 어서 나서라고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오라는 곳 없어도 어디든 가야 할 것 같은 계절, 봄이다.
그러나 가벼운 주머니와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차량 행렬을 생각하면 선뜻 봄나들이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럴 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도심 속에서 적은 비용으로 겨우내 닫혀 있던 눈과 마음을 봄기운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봄은 인간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계획과 각오를 다지게 하기도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은 새로운 출발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새 출발은 지금까지 하지 못한 지식 습득의 열의와 새로운 경험의 욕구로도 이어진다.
3월이 시작되면 도서관이 다른 계절에 비해 유난히 북적이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고 책을 옆에 한가득 쌓아놓고 도서관에 앉아 있을 생각을 하니 조금 우울해지기도 한다. 뭔가 색다르고 기발하게 이런 열의와 욕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긴 겨울잠에 들어갔던 우리의 지적 욕구와 호기심을 깨워 보는 방법은 바로 '이색박물관'에 찾아가는 일이다. 박물관하면 으레 은은한 조명 아래 전시된 용무늬가 그려진 도자기나 알아보지 못할 글씨가 쓰인 빛바랜 책들, 우리의 손길을 거부하는 '만지지 마시오'라는 근엄한 문구를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이색박물관'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버린다. 다양한 소재와 전시물품들이 박물관의 고리타분한 이미지에 싫증이 난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준다.
지금부터 소개할 '별난물건박물관(www.funique.com)'은 이런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물건들 대부분이 유리로 곱게 덥여 사람들의 손길을 차단하고, 심지어 일정 선을 넘으면 무참히 '삐~'라는 경고음을 보내지만 이곳은 박물관이라기보다 체험관에 가깝다.
서울, 부산, 파주 세 곳에 위치한 '별난물건박물관'은 상식을 깨는 물건과 과학 완구를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관람객의 대부분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과 유치원생들이지만 처음 보는 물건들이 성인들까지 신기한 동심의 나라로 이끈다.
이곳에는 전 세계의 물건들이 다섯 개의 테마(소리·빛·과학·움직임·생활)로 나뉘어 전시되어 있다. 별난 물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어떤 것부터 보고 체험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가운데 내 손이 가장 먼저 닿은 물건은 '코풀기 전용 손수건'이었다. 요즘 감기로 흐르는 콧물을 주체할 수 없는 나에게 맞춤한 물건인 것 같았다.
코 생김새와 비슷한 삼각형 모양의 작게 덧댄 부분은 단순히 코를 풀기 위함만이 아니라 청결을 생각한 세심한 배려가 들어 있다. 코를 풀 때마다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으면서도 누군가는 그저 불평만 하고, 누군가는 이런 기발한 상품을 발명해낸 것이다.
이밖에도 흡연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기침하는 재떨이', 편리함과 안전을 겸비한 '어두운 길을 인도하는 지팡이', 언제 어디서나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예수님의 얼굴 '쫓아오는 시선' 등 약 300여점의 기발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에게는 과학의 원리와 무한한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바쁜 일상 속에 찌든 몸과 마음을 잠시 쉬게 할 수 있는 '별난 물건 박물관'에 이번 주말,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갈 계획을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