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동안 애쓴 열 평 텃밭과 농기구
김은상
이곳에서 올해 자란 작물이 아스파라거스, 열무, 머위, 취나물, 시금치, 상추, 양상추, 치커리, 감자, 완두콩, 옥수수, 오이, 애호박, 부추, 청양고추, 오이고추, 오크라, 방울토마토, 대파, 고수, 산마늘, 양배추, 브로콜리, 파프리카, 참외, 들깨, 단호박, 당근, 바질, 고구마, 갓, 배추, 무, 양파까지 서른 가지가 넘네요.
가짓수가 많아진 것은 밭이 놀지 않도록 궁리하고, 남아서 버리지 않도록 다양한 작물을 키운 때문입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감자, 고구마, 오이, 호박, 고추, 양배추의 공간을 먼저 확보하고, 재배기간이 짧은 잎채소는 플랜터박스에서 별도로 키웠습니다.
또 파종 시기를 조절해서 연중 계속해서 수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래도 한꺼번에 너무 많이 열려 걱정하는 시기가 오는데요. 제때 따주지 않으면 무거워서 쓰러지기도 하고 제맛을 잃게 됩니다.
물론 모두 훌륭하게 키워낸 것은 아닙니다. 파프리카, 참외, 단호박은 장마에 뭉개졌고, 브로콜리와 산마늘도 딱 한 끼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애호박, 오이, 고추, 오크라, 쌈채소는 수확량이 꽤 많아서 이웃에게 나눠주고 냉장 보관까지 했지만 그래도 썩어서 버린 것이 적지 않습니다. 썰어서 햇볕에 말리거나, 냉동하든가, 절여서 반찬으로 만들면 좋겠죠. 무엇보다 적당한 양을 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너무 교과서대로 하면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힘듭니다. 그리고 사실 정답도 없습니다. 뭐 하나 빠져도 자랄 만큼 자라고 열매를 맺습니다. 이쯤에서 조그맣고 불편한 밭이지만, 서툴고 게으른 농부지만, 한결같이 자라서 끊임없이 선물을 준 텃밭과 채소군단에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상 텃밭 농부의 열두 달간 농사일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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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초보 뜨락생활자. 시골 뜨락에 들어앉아 꽃과 나무를 가꾸며 혼자인 시간을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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