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망원동 쪽에서 본 망원정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망원정 내부에서 한강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오창환
망원정 자리는 원래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孝寧大君)이 세종 6년인 1424년에 별장으로 지은 곳인데 정자를 지은 다음 해에 세종께서 계속되는 가뭄을 걱정하며 백성들의 생활을 둘러보시다가 효령대군의 새 정자에 올랐을 때 마침 비가 내렸다.
세종께서는 가뭄에 단비를 보고 매우 기뻐하셔서 그 정자의 이름을 기쁠 희(喜) 자에 비 우(雨) 자를 써서 '희우정(喜雨亭)'이라는 멋진 이름을 지어주셨다.
그 후 성종 15년(1484) 성종의 형 월산대군이 희우정을 효령대군으로부터 받아서 수리를 했는데 성종이 멀리 보이는 풍광이 아름답다고 하여 '望遠亭(망원정)'이라는 이름을 내려 주었다고 한다. 현재 망원동이라는 이름도 물론 망원정에서 나온 것이다.
망원정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유실되었다. 서울시가 1987년에 망원정 정자터를 발굴하고, 1989년 7월 정자를 재건하였다. 1990년 망원정 터를 서울특별시의 기념물로 지정하였다.
아기자기한 골목을 지나서 올라간 망원정에서는 한강과 그 너머의 아파트 단지 그리고 한강 중간에 있는 노들섬이 보인다. 그 옛날 이 자리가 멋진 곳이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자유로가 너무 가까이 있고 빠르게 달리는 차량의 소음이 좀 성가시다.
그림을 그리려고 망원정에 자리를 폈다. 예로부터 한옥의 문이나 창문은 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액자라고 본다. 차경(借景)이라고 해서 외부의 풍경을 빌린다는 개념으로 경치를 감상한다. 정자는 기둥만 있고 사방이 뚫려 있으니까 차경의 끝판왕이라고 하겠다.
망원정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난간을 프레임으로 생각하고 그 안에 보이는 한강 풍경을 액자에 든 그림처럼 그렸다. 망원정의 단청과 한강 풍경이 대비되는 그림이 되었다.
고양시에 숨겨져 있는 예쁜 곳
망원정을 그린 다음에 바로 정자를 그릴 기회가 생겼다. 어반케쳐스 고양에서 11월 정기 모임을 고양 아람누리 뒤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하기로 했는데, 그 공원에는 정발못이라고 하는 작은 연못과 사재정(思齋亭)이라는 정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