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이 <하늘소>이고 아래 사진은 하늘소에 올라가서 <땅소>를 내려다 보고 찍은 사진이다.
오창환
송현광장에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표현하는 건축적인 조형물들을 설치했는데, 이를 파빌리온(Pavilion)이라고 한다. 파빌리온은 원래 정자(亭子)라는 뜻인데 박람회나 미술 전시장에서 일시적으로 만든 건축물을 말한다.
앞서 말한 건축 비계를 이용한 전망대 앞에는, 이런 전시에서는 이례적으로 호수를 파서 물을 채운 후 주변에 언덕을 만들어 놓았다. 높은 전망대가 '하늘소'(所)이고 호수가 '땅소'(所)다. 여기서 소(所)란 장소를 말한다. 높은 곳과 낮은 곳을 두루 아우르는 뜻으로 이 행사의 총감독인 조병수 건축가의 작품이다.
하늘소, 땅소 외에도 광장 곳곳에 6개의 파빌리온이 있는데, 모두 특색이 있고 흥미롭다. 광장 전체에 명상적인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광장 가운데 설치된 파빌리온 Sound of Archtecture(건축의 소리)에서 나오는 소리다.
이탈리아 USI 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디자인한 소리 공명 장치인데 인상적이다. 각 파빌리온은 설치물인 동시에 건축물이기도 하니까 겉에서만 보지 말고 반드시 안으로 들어가서 밖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송현광장은 탁 트여있어 보기에는 좋지만, 그늘이 없는 게 단점이다. 뜨거운 여름에는 오래 머무르기가 힘들다. 그런데 하늘소 뒤편 <서울 드로잉 테이블> 파빌리온 뒤에 그늘막 텐트를 치고 의자를 갖다 놓은 게 아닌가.
그늘막 텐트를 보는 순간 거기서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소 이른 시간이라 텐트 아래는 시원했다. 하늘소와 땅소 그리고 Sound of Archtecture(건축의 소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색연필로 그리고 안내소에 비치된 스탬프를 찍었다.
송현광장을 찾은 날은 월요일(9월 4일)이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휴관이었다. 내친김에 다음날 정동 성공회 성당 앞에 있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지하 통로로 연결된 서울 시청 시민청을 찾았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지하 2층에서는 <서울 그린 네트워크>를 주제로 서울의 100년 후를 내다보는 마스터플랜 제시하고 있고, 지하 3층에서는 <게스트 시티 전/ 패럴렐 그라운드 : 도시의 활력을 만드는 밀도와 공공성>을 주제로 세계 각국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를 전체적으로 둘러 본 소감은 전시가 일반 관객에게 다소 불친절해서 아쉬웠다. 안내 리플릿은 한글과 영어가 병기되어 있는데 글자도 너무 작고 이해하기 어렵게 구성되어 있다. 전시물 중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되는 것과 실행된 것들이 혼재되어 있어서 각 논의 들이 어떤 차원에서 제기되는지 쉽게 구별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전시 설명이 너무 현학적이어서 이해하기 힘들었다.
건축계에서는 공모전이 많은데, 공모전에서는 제출하는 사람이나 심사하는 사람 모두 건축 전문가들이라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비엔날레에서 전문가들만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10시, 12시, 3시, 5시에 도슨트의 해설이 있다. 해설을 들으면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되니까 반드시 해설을 들으라고 말하고 싶다. 해설은 원래 예약을 해야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해설을 듣는 사람이 2명밖에 안 돼서 그냥 따라다니며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비엔날레는 많은 내용을 야심 차게 준비한 듯해서 시간이 되면 더 자세히 보고 싶기는 하다. 게다가 건축전문가들의 전시이니 만큼 전시를 구성하고 설치한 것은 진짜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