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우체국은 삼척 탈핵, 탈석탄, 탈송전탑 운동의 상징이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를 이끌던 박홍표 신부님도, 한국 사회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골롬반선교회 함 패트릭 신부님도 매일 오후 5시에 열리는 탈 석탄 홍보 활동에 참여했다. 앞줄 가운데가 삼척평화 이옥분, 성원기 교수와 김덕년씨는 오래된 동지다.
이옥분
삼척 탈핵운동의 상징인 삼척우체국 앞에서는 매일 오후 4시부터 탈탈탈(탈핵·탈석탄· 탈송전탑) 도보 순례와 5시 피케팅이 진행된다. '탈핵 희망 국토 도보 순례'가 탈석탄과 탈송전탑까지 담아내며 그릇을 키웠다. 배낭에 '탈탈탈' 깃발을 꽂고 삼척우체국에서 시청을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탈탈탈' 순례단에 우린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운 건 아닐까?
매주 수요일 골롬반 선교회와 천주교 기후행동, 생태환경에 관심 있는 원주교구 신부님들이 주관하는 천주교 미사는 천주교 신자인 옥분씨와 성원기 교수에게 큰 힘이 된다. 옥분씨도 골롬반 선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으니 예견된 인연인 듯하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여름·겨울 방학이면 '핵발전소 반대' 깃발을 배낭에 꽂고 전국의 핵발전소 지역을 순례했던 성원기 교수는 재직 중이던 강원대학교를 퇴임하자마자 삼척석탄발전소 반대 투쟁위원회 공동 대표를 맡아 '탈석탄 삼척'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성원기 교수의 선창에 따라 세 차례나 핵발전소를 막아낸 전설의 김옥선 전 삼척여고 총동문회장과 삼척 주민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외친다.
"포스코는 삼척블루파워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라."
"포스코는 석탄 육로 운송을 당장 중단하라."
탈핵 희망 국토 도보 순례
안식년 동안 산티아고 등 성지 순례를 하고 우연히 반핵 집회에 참석한 성원기 교수가 2013년 6월 '탈핵 희망 국토 도보 순례'(이하 탈핵순례단)를 시작한다. 성지 순례자에서 탈핵 순례자로 변신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성원기 교수가 부산 고리에서 시작해 삼척까지 탈핵 도보 순례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반갑고 설레서 가슴이 뛰는 거예요. 따라나설 수는 없으니 전화로 어디냐고 물었어요. 부산 고리에서 출발해서 걷고 있다고 해서 이 길은 성 교수 개인의 길이 아니니 가는 길목마다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나에게 보내라고 했어요."
성 교수가 보낸 사진과 영상은 '삼척평화' 페이스북을 타고 전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며칠 후 경주 동국대 김익중 교수가 삼척평화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옥분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김익중 교수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보고 충격을 받아 본격적인 탈핵 운동을 시작한 즈음이었다. 김익중 교수는 시민들의 모금으로 방사능 측정기를 사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면 탈핵 순례단에 합류할 수 있느냐고 물어서 장소와 연락처를 알려줬어요. 며칠을 성원기·김익중 교수가 함께 걸으면서 핵발전소 폐쇄 의지를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된 거죠."
성 교수에게 전송받은 사진으로 탈핵 순례단이 어디를 지났고 누가 합류했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려내던 옥분씨는 5일 후 탈핵 순례단에 참가한다. 옥분씨가 함께 걸으니 탈핵 순례단의 활동 사진과 영상은 풍성해졌고 일거수일투족이 상세히 세상에 전달되었다.
삼척에 들어와서 근덕면까지 마지막 코스를 걷는데 경찰이 따라붙길래 "제 덕에 힘 안 들이고 정보를 받을 수 있었죠?"라고 물으니 "네 덕분에 저희가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라고 웃었단다. 하루 네다섯 번의 포스팅을 올리고 나면 순례단이 후미진 곳을 걸을 때도 경찰차가 나타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