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새벽 3시 30분경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복건우
유체이탈자들의 또다른 특징은 바로 '문책'을 언급한다는 점이다. 참 기이한 것은 대중이 보기엔 문책을 운운하는 당사자가 바로 '책임자'라는 사실이다. 17일 오송 현장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책임에 대한 대통령의 문책도 있을 것" "해당 기관에서 철저한 과정을 거쳐 권한을 가진 사람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과연 본인은 있었을까? 이태원 참사에서 그랬듯, 어떤 고위 담당자도 불가역적인 처벌과 문책을 당하지 않는 현실과 맞닿아 보이는 이유다. '누군가'는 문책을 받아야 하겠지만, 정작 높은 자리에 있는 본인은 아니라는 뉘앙스가 무척 강하게 전해질 뿐이다.
정부여당의 대응 실패라며 날만 세우는 야당 의원들의 행태와 무조건적 비난 또한 대중을 어이없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유권자가 사상 최대의 의석을 몰아준 것은 상대 당이 챙기지 못하는 민생까지 꼼꼼하게 찾아내 시민을 지켜달라는 의사표시였다. 구경만 하고 비난만 하라고 뽑아준 건 아니다.
대중은 '어떻게 말하는가'를 유심히 본다
두 번째, 대중이 정치인의 위기소통에서 기대하는 것은 구체적 수습방안 등 콘텐츠가 아니라, 사고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을 말하는가(What to say)'보다, '어떻게 말하는가(How to say)'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사고에 대한 이유와 수습책을 듣고 싶긴 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실시간 미디어 시대에 대중은 어쩌면 정치인들보다 더 빠르게 이유를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끔찍한 사건사고가 방금 터졌는데, 어떻게 금새 이유도 찾아내고 예전으로 돌아갈 구체적 방안까지 내놓을 수 있겠는가. 대중은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척 상식적·합리적이다. 때로 기다려줄 준비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중의 인내심을 폭발시키는 것은, 정치인들이 사고에 대해 보여주는 명시적 혹은 암시적 태도다. 대통령실은 수해 기간에 이뤄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집중호우)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란 메시지를 내놨다(16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어느 국민이 그 사실을 모를까? 위기를 대하는 최고 책임자의 자세를 묻는 말에 쌀쌀한 팩트로 받아쳐 버린, 소통의 1도 모르는 담당자의 무능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