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한빛핵발전소 앞에서 영광군의회, 농협, 기관단체장 등이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며 한빛핵발전소의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맨 뒷줄 오른쪽 첫번째가 노병남 회장.
원불교환경연대
2022년 11월 30일 영광고창주민 100여 명이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앞에서 한빛 4호기 재가동 반대 항의집회를 열었다. 지난 4월 초 기자와 만난 노병남 회장은 그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날도 겁나게 춥드만요. 핵발전소는 18개월 돌리고 40~60일 동안 세워서 점검해요. 2017년 계획예방 기간에 한빛 3호기에서 82개, 4호기에서 102개의 구멍이 발견됐어요. 그것도 방사능누출을 막는 최일선에 있는 격납시설에 구멍이 숭숭 뚫린 거지요. 핵마피아들이 입만 열면 5중 방호벽으로 방사능 누출 가능성은 없다고 선전해 왔던 그 방호벽이 뚫린 것이에요. 그런데 5년 7개월 동안 진상조사하고, 구멍 때우고, 녹슨 철판 오려내고 땜질해서 다시 돌린다는 거예요. 게다가 상부 돔은 구멍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로 가상검사를 했어요. 전수 조사 안 하고 가상으로 괜찮을 거야. 뭐 이렇게 했다는 거예요? 한수원과 규제기관 원안위가 이런 위험천만한 짓거리를 해요."(노병남 회장)
한빛 3·4호기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내 기업인 현대 건설이 주도하여 건설하고 1995년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한 핵발전소다. 한국 순수기술로 건설해 드디어 핵발전 강국으로 발돋움했다고 핵마피아들이 침 튀기며, 선전해 대던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벽체에서 부실시공이 확인된 것은 2017년 6월 26일의 일이다. 둥근 벽체를 감싼 내부철판(CLP)에 부식 흔적이 있어 일부를 걷어냈더니 원주 방향 전체에 약 20㎝ 깊이의 빈 구멍(공극)이 나 있었다. 한빛 3·4호기 격납고에 184개의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언론에서 대서특필하고 난리가 났지만, 공사할 때부터 부실공사라고 소문이 났었어요. 영광사람들 사이에서 저러다 반드시 사고 난다는 이야기들이 나돌았어요."(노병남 회장)
한빛 3·4호기의 부실공사는 이를 실제로 목격한 제보자들과 건설 당사자들이 고발한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2017년 8월 10일 발표한 환경운동연합 성명서에 따르면 당시 한빛 3·4호기 공사에서는 녹이 슨 철근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강도가 떨어지는 철근을 설치하여 철근이 매우 조밀하게 설치되었다. 그리고 규격 이상 크기의 자갈이 많아 골재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등 콘크리트 다짐 작업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건설 당시 불법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현장에는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한국전력의 개입이 없었다. 그리고 격납건물 건설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품질 검사의 실패가 연이어 발생했으며 격납건물 콘크리트 다짐 작업을 미숙련 노동자가 진행했다는 제보 등이 잇따랐다.
영광주민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한빛원전안전성확보 민관합동조사단'이 꾸려져 2019년까지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4호기 벽체에서 발견된 공극은 140개나 됐고 이 중 깊이가 157cm나 되는 것도 있었다. 한빛 3·4호기 상황은 동굴이라고 불릴 정도로 더욱 심각해졌다. 또한 192곳의 내부철판 부식, 23곳의 철근 노출이 확인돼 한빛 4호기는 재가동은커녕 조기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2019년 당시 가동 중인 핵발전소 24기에서 발견된 공극은 332개이고 공극의 90%는 한빛 3·4호기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었다. 철근 노출은 한빛 3호기에서만 184곳으로 23%를 차지했다. 원자력계 인사들로 구성된 안전점검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킨스)조차도 시공업체가 애초 설계상 제거해야 하는 임시보강재를 그대로 둔 상태로 야간에 자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한 사실을 확인하고, "공기 단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경영 문화가 공극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결론 냈다.
한빛 4호기와 함께 격납건물에서 공극이 발생했던 한빛 3호기는 '한빛 4호기 격납건물 상부돔 내부철판(CLP)검사', '국회 차원의 부실 공사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 '부실 공사에 대한 군민 피해보상' 등 7가지 이행사항을 약속하고 2020년 11월 14일 가동중단 2년 반 만에 재가동됐었다.
그러나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고 한수원은 한빛 4호기에서 발견된 공극을 모르타르로 메우고 노출된 철근을 시멘트로 덮는 등의 방식으로 보수를 진행하고 재가동을 추진했다. 핵발전소 하루 세워놓으면 10억 원의 적자 타령이 재가동의 이유였다. 땜빵, 땜질, 누더기 한빛 4호기는 영광 고창은 물론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2022년 12월 11일 원안위 승인을 얻어 재가동에 들어갔다.
20년간 망치 품은 한빛 4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