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민의 집터 추정지 (舊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51-1 / 現 팔판동 152)
김경준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 잃어
1946년 6월 2일 문일민은 망우리의 도산 안창호 묘소를 찾았다.
"선생님, 저 일민이 돌아왔습니다. 보고 계십니까. 우리 대한이 드디어 꿈에 그리던 해방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지금 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1932년 윤봉길 의거로 문일민은 안창호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꼭 14년 만에 다시 마주한 것이었다. 문일민은 애타게 안창호를 불렀지만, 한 줌 흙으로 돌아간 안창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도산의 묘소를 참배하는 문일민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살아서 해방의 기쁨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도산에 대한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섞여있었으리라.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으로 나뉜 조국의 현실에 대한 죄책감도 있었을 것이다.
문일민은 반드시 통일정부 수립을 이룩하여 도산이 바랐던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쟁취하겠노라 다짐하며 묘소를 내려왔다.
그런데 도산의 묘소를 참배하고 돌아오는 길에 문일민은 그만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트럭에 타고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떨어지려 하자 그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가 그만 추락해 트럭에 다리가 깔리고 만 것이다. 이 사고로 문일민은 왼쪽 다리를 잃었다.
해방 후 다른 임시정부 요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 문일민의 활동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도 사고로 인해 한동안 칩거하며 요양에만 힘썼기 때문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