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청년노동자들이 3월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노동시간 개편 관련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권우성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이는 다양한 형태의 위법, 탈법적인 제도운영 과정을 거쳐 사측 필요에 따른 '몰아서 일하기'나 혹은 연장근로수당을 안 주기 위한 강제휴가, 즉 휴가 제도 활성화의 실질적 실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실현가능성 낮은 폐기 대상이라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처럼 노동권 사각지대 노동자들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을 둔 현실 적합성이 정부 안에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셋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이다. 독일의 연간 1349시간에 비하면 1년에 무려 5개월이나 더 일하고 있는, OECD 국가 중 5위의 장시간노동 국가이다. 지금도 매년 평균 5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시간뿐만 아니라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OECD 기준, 2022년 0.78명)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은 육아 시간 확보와 노동시간 단축,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제도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건강권이나 삶의 질 증진 또는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업무량 폭증 상황을 빌미로 한 '장시간 집중 노동 확대'라니? 물론 정부는 자신들의 주 69시간 노동제가 기존 노동시간 체계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전체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특정 기간 장시간 집중 노동 규제의 칸막이를 허물어 주 최대 69시간까지도 집중노동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노동시간 단축 방향, 건강권 증진 방향으로부터의 이탈이며 심각한 역주행이 분명하다고 본다.
장시간 집중 노동 확대의 부산물로 주어지는 휴가 활성화는 진정한 '워라밸'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그 휴가 활성화마저 대다수 노동자들에게는 자유로운 선택이 불가능하거나 임금삭감의 수단에 불과하다면, 이는 오히려 워라밸에 역행하는 조치일 것이다.
시대착오적 정책, 에너지 낭비...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정부는 주 69시간 노동제 같은 시대착오적인 정책 추진에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부재한 노사 관계에 자율적으로 맡겨서는 해결되지 않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업종별·공단별 노동권 보장 협의구조 강화, 중소영세·비정규노동자가 우선 혜택을 받는 국가 주도 초기업적 노동복지·사회보장 시스템 강화,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 노동자들과 국가의 직접 소통 구조 강화 등을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 법·제도와 관행을 허물고, 모든 노동자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성있게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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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도 1위되려 하나... 윤 정부 노동시간 개편이 위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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