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로사 시나가, <연대>, 2000. 인도네시아 국립미술관.
Widerstand
인도네시아의 정치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합니다. 긴 군부독재의 유산은 아직 온전히 청산되지 못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종교를 믿지 않을 자유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인도네시아인은 모두 이슬람, 개신교, 가톨릭, 힌두교, 불교, 유교 중 하나를 반드시 믿어야 하고, 이를 등록해야 합니다. 종교를 믿지 않으면 공산주의자로 몰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르죠.
분리주의 문제도 여전히 심각합니다. 동티모르 문제는 그 대표적인 사례죠. 동티모르는 1975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가 독립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이 땅을 무력으로 강제 병합했습니다. 2002년 독립 때까지 이 상황은 계속 이어졌죠.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서뉴기니는 여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인도네시아에 편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군부 독재국가에서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국가로까지 성장했습니다. 여전히 종교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차별이 남아 있지만,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 지수를 가진 나라가 되기도 했죠. 각 지방의 언어가 남아 있지만,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많은 사람들이 말레이-인도네시아어로 소통할 수 있는 땅이 되었습니다.
말했듯 인도네시아는 현대적인 국가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국가 표어는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죠. 저는 인도네시아가 아직 그 정체성의 고민을 끝내지 못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이 다양성이고, 무엇이 통합인지 아직 결론짓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인도네시아는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지만, 저는 이 새로운 국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계속해서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시아적 가치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사회 구성원 모두를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함께 향하고 싶습니다.
인도네시아는 2023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았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2023년 아세안의 비전을 알리는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꼭 의장국이 아니더라도, 원래 아세안의 사무국이 자카르타에 위치해 있기도 하고요. 바람에 날리는 현수막 앞, 이웃 국가와의 그런 연대를 생각하며 저는 오늘도 아시아의 거리를 걷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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