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피트니스
정무훈
공원 달리기는 내가 달려 나가는 느낌인데 러닝머신에 다리가 끌려가는 느낌이다. 센터 안의 사람들은 러닝머신 위에서 TV 화면을 보면서 빠르게 걷는다. 나는 TV 화면을 보며 운동하는 것이 거부감이 든다. 마치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것이 뭔가 운동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닝머신 위에서 얼마나 지루하고 시간이 안 가는지를 알게 되었다. 러닝머신에서 30분을 달리고 그만 달리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셀프 트레이너가 다급하게 외친다.
"아직 슬슬 달리기 30분 밖에 안 했어요. 칼로리 소모량도 별로 없어요. 좀 더 운동 하셔야죠."
이미 종아리, 무릎, 허리가 아프다. 잠시 러닝머신에서 내려와서 숨을 돌린다. 뭔가 지루함을 벗어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혹시 몰라서 챙겨온 무릎 보호대로 장착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휴대폰에서 최신 드라마를 재생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달리는 치트키를 사용해 본다.
이렇게 러닝머신 위에서 겨우 30분을 겨우 힘들게 채운다. 한 시간을 달리고 나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니 어지럽고 마치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허벅지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요가 매트에 앉아 가쁜 숨을 고른다.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시니 신비의 묘약처럼 몸의 갈증이 싹 가시고 몸이 깨어난다. 캬! 이것이 운동 후 마시는 진정한 물맛이다.
운동을 하면 근력도 생기고 건강해질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것은 작은 성취감이다. 오늘 내 뜻대로 되지 않던 일도, 실수의 연속이던 순간도, 하루의 목표를 이루지 못해 자책하던 시간도 툭툭 털어버릴 수 있다.
한 시간의 운동은 나에게 작은 만족을 준다. 셀프 트레이너가 소파의 유혹을 박차고 나온 나의 결심을 격려한다. 러닝머신 위에서 그만하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한 시간 동안 기어이 달린 나를 칭찬한다.
"회원님, 오늘도 잘했어요. 이렇게 꾸준히 하시면 내일은 더 오래 달릴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오늘 운동을 통해 내일 다시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갈 용기를 얻는다. 오늘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한 날이 아니다. 오늘은 나를 위해 달리기를 한 특별한 날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다. 그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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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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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가기 귀찮을 때, 내 귀에 다급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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