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전광판의 문자 응원을 받으며 고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제는 그들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 흔히 단군 이래 가장 열심히 공부하고 똑똑한 세대라고 말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다들 밤잠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똑똑한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가 있다. 매일 학교와 학원, 스터디 카페를 순례하고, 주말과 방학 때 오히려 더 바쁜 삶을 사는 아이들이 예나 지금이나 많다. 하지만, 시나브로 홍해 바다 갈라지듯 3:7 비율로 확연하게 나뉘는 느낌이다.
교사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교과와 학년에 상관없이 수업 태도와 성적 분포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교실이든 공부에 목매단 3명과 일찌감치 공부를 포기한 7명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을. 상위 30% 아이들끼리의 경쟁은 살인적으로 치열해지는 반면, 하위 70%는 '태평성대'를 떠올릴 만큼 무기력한 모습이다.
내신 등급으로 치면, 상위 40%까지 아우르는 4등급이 기준선이다. 상위 23%가 경계인 3등급 안에 들어가기 위해 이를 앙다물고 공부하는 아이들과 몇 번 시도하다가 지레 포기하는 아이들이 혼재하는 구간이 4등급이다. 5등급 이하는 '올라가지 못할 나무 쳐다보지도 않는' 이들이라고 뭉뚱그려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3:7로 굳어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지표가 하나 있다. 하위권인 7~8등급 아이가 5~6등급으로 올라서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간고사 때 8등급이었던 아이가 기말고사 때 무려 세 등급 간을 뛰어넘어 5등급을 찍은 사례가 종종 있는데, 노력한 결과임엔 틀림없지만 놀랍진 않다.
하위 70% 안에서는 벼락치기가 통한다는 걸 아이들도 인정한다. 학교 내 시험과는 달리 평상시 실력으로 치르게 되는 모의평가조차 한두 주 반짝 공부하면 5~6등급까지는 잡아챌 수 있다. 그런 까닭에 5등급 이하의 성적은 대학에서도 등급 차에 대해 '관대하게' 평가한다. 한마디로 '도토리 키 재기'라는 뜻이다.
반면, 상위 30%는 말 그대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3~4등급에서 상위 11%의 2등급 안에 진입하려면, '4당 5락'을 능가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4당 5락'이란 4시간을 자면 합격하고 5시간을 잤다간 낙방한다는 뜻으로, 과거 본고사 시절 수험생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하물며 3~4등급에서 상위 4%인 1등급을 찍는 건,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만큼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조금만 더, 더'를 외치며 그들을 독려하지만, 그것이 '희망 고문'일 뿐이며, 나아가 요행수를 바라는 짓이라는 건 교사들이 더 잘 안다. 그들은 학벌 경쟁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내려오는 건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 돼버렸다.
'당근'까지 제시하는 대학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