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CCTV 운영실
김부규
- 퇴직 후 소감 한 말씀해 주신다면?
"60세에 퇴직한다고 하면 우리 생은 사실 한 50년 정도 남았다고 봐야 하거든요. 저희 아버지 연세가 지금 만 90세입니다. 작년에 자전거를 타시다가 넘어지셔서 고관절을 다치셨어요. 노인 분들은 고관절을 다치면 걸을 수가 없어요. 누워있어야 하니까 욕창이 들게 되면 거의 2~3년 안에 약 30%는 돌아가신다고 하더라고요. 걱정 많이 했죠.
그런데 아버지는 고관절 수술 후에 자전거도 타시고 지팡이 없이 걸어 다니세요. 의지력과 회복력이 아주 뛰어난 거죠. 아버지를 보면서 느끼는 게 120세까지 살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뭘 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일하는 이유가 반드시 경제적인 문제 해결 때문만은 아니더라고요. 내 건강을 위해서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하더라고요. 거기다 용돈까지 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저는 준비만 되면 퇴직은 빨리하시는 게 좋다는 생각이에요. 직장 그만두고 새로운 뭔가를 시작한다는 게 두렵기는 하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매일 아침 출근길이 아주 가볍고 좋아요."
-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직장을 조금 일찍 퇴직한 이유는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농촌관광 사업 때문이었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것이 마을 살리기 사업 즉 농촌체험마을이었어요. 그 사업을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직장 퇴직 후 국가지원사업인 소규모 체험마을 본부장으로 한 3~4개월 정도 사업을 했어요.
제가 당뇨병과 고혈압이 있어서 건강이 안 좋아요. 체험객 몇백 명이 몰려와서 통제가 안 되니까 스트레스가 되게 심했어요. 저혈당으로 건강을 해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만뒀어요. 뼈아픈 결정이었죠.
그 후 인천에서 다육이 사업을 하시는 친척분한테서 도와 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다육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제가 6개월 정도 열심히 친척분 일을 도왔어요. 그 와중에 저희 아버지가 다치셔서 고관절을 수술하셨는데 병간호를 할 사람이 없어서 제가 했어요. 아버지는 저를 많이 의지하세요. 아버지가 저한테 전화를 하신 거예요. 아버지 병간호하느라 다육이 농장에 못 갔지요. 결국 정리했어요.
집에 있으면서 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를 하고 있던 아내와 의논한 끝에 학생들 등교 시간에 아이들의 안전을 챙겨주는 '학교 지킴이'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어요. 오전 오후로 나눠 두 사람이 하는 학교 보안관 같은 거죠. 봉사활동 중에 교장 선생님이 직원 채용 안내문을 하나 주시면서 학교 앞 아파트 주민이시니까 관리사무소장에게 얘기 좀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집에 와서 아내에게 보여주니까 당신이 하면 되겠네 하더라고요."
- 이 일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아침 6시 45분에서 50분 사이에 학교에 출근하고 학교 건물 내외부를 한 바퀴 순찰하면서 이상 유무를 확인해요. 밤 동안 잠가뒀던 교실 문 등을 열고 당직실에 돌아오면 업무 관련 장부를 정리해요. 또 CCTV를 통해 학교 전체를 다시 점검하죠.
8시 30분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내 아침 식사를 간단히 챙겨주고, 저는 탁구 등 운동하러 가요. 또 일본 여행을 좋아해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고, 평생교육 대학원 강의를 일주일에 한 번 듣고 있어요. 아주 삶이 이렇게 정확하게 짜임새 있게 돌아가니까 시간이 너무 잘 가요.
오후에는 4시 반부터 10시까지 근무하는데 교내외를 꼼꼼하게 순찰하고 모든 출입문을 잠근 뒤 CCTV 운영실에서 당직 근무에 임하죠. 중간에 휴게시간이 있어서 하루에 총 6시간 근무하고 일주일에 하루 쉬어요. 불상사가 없다면 만 65세 정년까지 할 수 있어요. 공무직이라는 무기계약 정규직으로 신분보장이 돼요. 바로 집 앞에 있는 학교라 저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