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창밖 풍경 병원에 거의 갇혀 있다시피 지내던 때, 창밖의 넒고 푸르른 풍경은 나의 몸과 마음을 쓰다듬어주곤 했다.
이진순
그동안 만지지 못하던 왼쪽 발가락을 만지게 된 것, 오른쪽 발톱을 낑낑대며 스스로 깎은 것, 아침저녁으로 건물 밖 주차장으로 나가서 보행기로 걷기 시작한 것, 병실 내에서 보행기 없이 독립보행을 시작한 것 등이 재활병원에서의 한 달 간 겪은 변화들이었다.
그렇게 일신우일신의 나날을 보내다보니 입원 한 달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다른 병원을 또 알아봐야 할지 퇴원해서 집으로 가도 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처음엔 병원 바깥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생각할수록 집으로 가고 싶다는 바람과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결국 귀가를 택했다. 침대를 임대하고, 청소와 빨래를 해주는 가사도우미 단체 연락처를 알아놓는 등 퇴원에 필요한 준비들도 해나갔다.
담당의와 상의하면서 퇴원일을 정했고, 거의 넉 달 동안 함께 했던 간병사님과도 퇴원 일주일 전쯤 헤어졌다. 이별을 앞두고 같은 방에 계셨던 환자분이 자리물회, 양념갈비 등을 사주시기도 했다. 간병사님이 안 계신 빈 자리는 같은 방 간병사님이 많이 채워 주셨다. 빨래를 해서 널어주고 걷어주고, 떠나는 날 짐도 1층까지 옮겨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