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아이와 함께, 혼자서도 자주 들르는 작은 도서관
최지혜
모임 사람들이 종종 내게 하는 말이 있다.
"이건 거의 재능기부 아닌가요?"
사실 어떨 땐 내가 모임을 하는 건지 강의를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혼자 떠들다 집에 갈 때도 있다.
"모임 운영하는 거 힘들지 않나요?"
모임을 하면서 사람들을 챙기고 일정을 조율하고 이 도서관 저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관련된 책들을 빌리고, 모임마다 몇십 권씩 그림책을 들고 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나를 보며 안쓰러운 얼굴로 묻기도 한다.
물론 쉽지 않다. 뚜벅이로 무거운 그림책을 들고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헉헉 댈 땐 '왜 사서 고생을 하나.' 멍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임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이 모임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나라는 것이다.
그림책은 나를 위로한다. 때론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혼도 낸다. 이렇게 사는 건 어떤지 제안한다. 그림책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 모임을 통해 나는 새삼 느끼고 있다. 애쓰는 만큼 제일 많이 배우는 것도 나다.
다른 수혜자는 어린 딸이다. 아이는 엄마와 매번 새로운 책들을 읽는 즐거움을 얻는다. 귀찮아서 그 흔한 문센(문화센터) 한번 안 가본 나는 매일 꾸준하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이상적인 엄마 노릇을 할 수 있다. 덕분에 아이는 하원할 때마다 "엄마, 도서관 가자"라며 손을 잡아끄는 습관이 생겼다. 태생적으로 타율적 인간인 내가 자발적 시민 모임을 열고 나를 꽁꽁 묶어 놓은 건 다 뜻이 있다.
그림책의 매력을 먼저 발견한 독자로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모든 교육이 '공부를 잘하기 위한 수단'으로 깔때기 되는 세상에서 그림책만은 오롯이 재미있는 세계로 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이가 그림책과 함께 맘껏 웃고 상상하고 모험하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그림책을 더 재미있게 읽어주는(읽는) 엄마(어른)가 되고 싶다. 내가 그림책을 '공부'하는 이유다.
그림책 페어런팅 - 1-7세 발달심리를 이해하기 위한 그림책 독서
김세실 (지은이),
한길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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