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합 시작 전 서로를 향해 인사서로를 처음 대면하는 순간. 예의를 갖추고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건넨다.
오정훈
문제는 팀 코치님의 판단은 내 생각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었다. 언젠가 코치님과 독대를 한 적이 있다. 이제부터 나를 공격에 주로 세우겠다는 그에게 물었다.
"한 골도 못 넣는데 공격에 서는 게 의미 있나요?"
"왜 골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대를 흔들어서 내 편이 넣게끔 돕는 것도 공격수의 역할이에요. 게다가 풋살은 키퍼 빼면 네 명이고, 수비도 공격하고 공격도 수비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축구에서도 수비가 공격하고 공격이 수비하고 그래요."
그는 준비해왔다는 듯이 내 장단점을 줄줄 읊었다. 팀에서 체력이 제일 좋고, 전방에서 쉼 없이 움직이며 상대 수비들을 흔들 줄 안다고, 본인이 상대편이라고 생각해 보라고,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공격수 상대하기가 얼마나 어렵겠냐고. 그러니 너는 공격을 해야 한다고. 그는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요즘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앞으로 많이 쓸 겁니다. 이번 대회에 많이 뛸 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나를 '쓴다'고? 그런 말 처음 들어봐. 어떻게 쓰는 걸까? 쓴다는 건 대체 무슨 의미일까? 걱정과 기대에 심장이 두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권위자인 '코치'가 나를 쓴다고 하니 정말 쓸 만한 인간이 된 기분이 들었다.
전에는 '친구들에게 방해꾼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뛰었다면 이제는 '코치님 기대에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해졌다. 대회까지 한 달 남짓. 그 안에 어떻게든 나아지고 싶었다.
'벌크업하고 싶다'는 바람도 이 시기에 자라났다. 결심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단단한 몸을 가질 수는 없겠지만, 주어진 역할에 걸맞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차근차근 내 몫을 준비해나갔다.
익룡 같은 울음소리 "이런 날이 오다니"
대회 날이 밝았다.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결승까지 올라간다면 15분씩 총 7경기를 뛰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우리 팀은 다른 팀들보다 인원이 많은 편이었지만 체력적으로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필드도 지금껏 친선 경기 치렀던 다른 장소들보다 더 넓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