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BS는 올해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품되고 극장상영까지 마친 <금정굴 이야기>에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다. 이 판정을 내린 EBS 심의실은 이승만 정권을 판단하는 자막과 관련해 모호한 심의 규정을 들어 이승만 정권 당시 자행된 고양시 민간인 학살 사건을 소재로 한 단편의 방영 자체를 막아 버렸다.
그 전후로 평창·강릉 국제영화제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더 나아가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최초 보도한 MBC에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총공세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그에 앞서 지난 7월 4일 제11대 서울시의회 개원 첫날 과반을 차지한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TBS(서울교통방송) 지원 폐지를 골자로 하는 법안 발의였다.
블랙리스트의 작동 방식은 단일하지도 단기간에 예상할 수 있지도 않다. 이명박․박근혜 블랙리스트처럼 '윗선'의 입김이 직접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심의 규정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권의 '입맛'을 헤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때때로 정권의 이념을 공유하는 '늘공'이나 '어공'들이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의 실행 주체가 됐던 예도 수두룩하고, 명예훼손과 같은 법적 조치를 무기로 들고나오기도 한다.
지원 중단이나 배제가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물론 공통점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두들겨 맞는 것은 비교적 파급효과가 큰 방송이나 영화제와 같은 대중예술 분야라는 점이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작품을 선보였거나 선보일 가능성이 큰 페스티벌, 또는 그런 방송이나 보도를 이어가는 방송국이 제일 먼저 타깃이 되기 마련이다.
문화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 트라우마를 제대로 환기시킨 문체부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블랙리스트에 대해 도종환·황희 장관 시절 두 번에 걸쳐 사과한 바 있다. 문체부의 사과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었고 그간 문체부가 내놓은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해 피해자들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느꼈는지도 의문이다.
그런 가운데 나온 '윤석열차' 논란을 둘러싼 문체부의 대응은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악화될지, '블랙리스트'가 또다시 작동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진지한 우려를 심어줄 수밖에 없는 행위였다.
지난 4월 후보자 시절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과거의 어떤 악몽 같은 기억이니까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것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불과 6개월이 지난 지금, 문체부는 고등학생 창작물에까지 사후 검열과 함께 예산 중단을 시사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들과 문화예술인들이 과연 박 장관을 신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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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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