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바게트빵
픽사베이
손님이 오시기 전에 빵을 '완성'하면 좋겠지만 빵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하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기사님이 출근해서 생지를 해동시키고, 굽고, 다시 빵칼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굳은 다음에야 크림을 넣을 수 있다.
전에 급한 마음에 '모카 크림 식빵'에 서둘러 크림을 넣으려 했는데, 크림이 아직 따뜻한 빵에 닿으니 흘러내려버렸다. 하루가 지나고 텅 빈 매대를 빵으로 빨리 채우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이 아래 위층에서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그럼에도 빵은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 매어 못쓰듯 순서에 맞는 '시간'을 요구한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있다 아래층 '언니'가 헐레벌떡 뛰어올라오신다. '고수'인 언니는 이제는 제법 마른 바게트를 썩썩 잘라 순식간에 듬뿍 크림을 넣는다. 그러면서 덧붙이신다. 하루 걸러 오는 손님 왈, 최근 들어 어쩐지 바게트에 든 크림이 점점 줄어드는 거 같다고. 그러시면서 바게트를 조금 더 사선으로 자르면 크림 넣을 공간이 더 생길 거라는 말씀을 남기시고는 바람처럼 사라지신다.
안그래도 처음 크림빵을 완성했을 때 사장님이 '손수' 빵을 들고 오셔서 묵직할 정도로 '크림'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하신 바 있다. 오랜 단골들이 많은 가게답게 빵에 넣는 크림을 아끼지 않는데, 아직도 난 '듬뿍'과 '애걔~' 사이에서 갈짓자 걸음이다.
빵에 크림 넣기, 그냥 넣으면 되지 하겠지만 그것 참 쉽지 않다. 처음 일을 배울 때 '고수' 언니가 본을 보여주셨다. 비닐 튜브에 든 크림을 한 손으로 쥐고? 그런데 그 '한 손으로 쥐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당연히 평소에 많이 쓰는 엄지와 집게 손가락을 이용해서 쥐어 보려고 하는데, 어쩐지 힘이 안 들어 간다. 언니는 그렇게 하면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손목에 무리가 간다며 손 전체를 이용하라고 하셨다. 한 주먹으로 비닐 튜브를 쥐는데, 겨우 '쥐오줌'만큼 크림이 나온다.
"넌 그 나이먹도록 손아귀 힘도 없니?"
그르게, 손아귀 힘도 기르지 못하고 뭐했을까? 걸레라도 열심히 짤 걸! 어찌어찌 언니가 가르쳐주는 대로 주먹을 쥐고 크림을 넣어보는데, 도무지 힘이 안 들어간다. 빨리 넣어서 아래층으로 내려보내야 하는데 '하세월'이다. 쓰지 않던 손근육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게 꼭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살아보려 하지만 아직 버벅거리는 내 모습같기도 하다. 결국 나는 '손아귀 힘' 대신, 비닐 튜브를 조금 더 넉넉하게 자르는 것으로 '난국'을 돌파해 가는 중이다.
하지만 무조건 구멍을 크게 자른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연유 바게트의 경우 자른 틈이 넓지 않아 크림을 넣다보면 옆으로 삐죽삐죽, 모양새가 고약해지기가 십상이다. 내 딴엔 머리를 쓴다고 '스프레드 나이프'로 펴발랐다가 '혹 떼려다 혹붙인 격'으로 된통 야단을 맞았다. 손에 힘 조절만 제대로 하면 대번에 넣을 과정을 제대로 '숙련'치 않고 잔꾀를 부린 셈이 된 것이다.
크림 넣기와 서예의 공통점?
숙련되신 '언니'나, 기사님이 넣은 크림은 '예술'이다. 층층이 레이스같달까? 잘 다듬어진 녹차밭 능선같달까. 골똘히 크림을 넣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라인별로 크림이 무너지지 않게 넣는 '일필휘지', 예전 서예에서 배운 '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