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종 브랜드 수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권성훈
올 3월 공정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대폭 증가했다. 이처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우리나라 본사는 그 부담을 너무 쉽게 가맹점에 떠넘긴다. 이게 가능한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에 지나치게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업주의 왜곡된 현실 인식이 불통을 부추겼다. 대형기업을 일군 능력자라는 기업주의 우월 의식은 가맹점주를 자신보다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주가 가맹점주를 동등한 대화 상대 또는 동업자로 인식할 리 없다.
소통이 없는 대한민국 가맹사업
이처럼 우리나라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정책에 수천, 수억 원의 투자금을 낸 점주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본사의 지시에 복종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가맹점은 자영업자보다는 근로자에 가깝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의무는 근로자에 버금가는데 그 권리는 근로자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다.
실제 십수 년간의 현장 경험 결과, 이런 부조리를 알고 있는 창업 희망자들은 거의 없었다. 그저 동네에서 본 예쁜 프랜차이즈 가게와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만난 친절하고 상냥한 본사만 기억한다. 그래서 쉽게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창업한다. 그러다 보니 가맹점주 대부분은 사업 시작 후 직면하는 부조리에 괴리감을 느끼고 당황해한다. 문제는 그때가 되면 이미 엎어진 물이라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오월동주가 된다.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는 어느 자영업자가 고객과의 소통이 싫다고 고민하면, 누구나 장사를 그만두라고 조언할 것이다. 반대로 성공한 자영업자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애정 어린 단골을 확보한 사람들일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업 또한 그러하다고 본다. 가맹점주와의 소통이 불편하다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의 성공담에는 가맹점주와의 소통 과정이 반드시 들어가 있다. 1970년대 초반, 미국의 던킨도너츠는 딱 지금 우리 같은 상황 즉, 재료비 폭등에 진짜(?) 프랜차이즈 사업이 고사 위기에 놓이자 과감히 본사가 점주들이 참여하는 공동구매를 제안했다 이 실험이 성공하자 그 뒤 다수의 프랜차이즈 기업이 뒤를 따랐다.
KFC, 버거킹, 맥도날드 등 지금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프랜차이즈 기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국내에 진출한 사업체와는 별개다). 이처럼 앞서 숲을 통과한 자들이 남겨 둔 표식은 뒤늦게 숲에 들어온 이들에게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다.
현재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계 수준은 여전히 프랜차이즈 본고장 미국의 1970, 19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좁은 안목, 편견, 부족한 경영 철학을 인정하지 않고 눈앞에 표식을 무시하는 오만으로 숲을 헤매다 계속 제자리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을 넘어 이제 공식 선진국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도 이제는 그만 후진형에서 벗어나 선진형이 돼야 하는 것 아닐까? 2018년 기준 15조 매출을 올린 스페인의 세계적 협동조합형 기업 '몬드라곤'의 창업자 호세 마리아 신부는 이런 말을 남겼다.
"관용이라는 인간의 소질 없이, 이기적인 욕망의 절제 없이, 위대한 업적은 결코 없을 것이다."
이게 우리 프랜차이즈 기업주들에게는 그렇게나 어려운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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