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곶돈대 위치도
이승숙
강화 돈대의 평면 형태는 크게 방형(정방형, 장방형), 원형(원형, 타원형), 반월형의 3가지로 분류된다. 방형(네모난 형태)은 모두 26개소이며 원형은 총 11개소, 반월형은 3개소이다.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원형이 훼손된 경우가 총 13개소이며 특이하게 초승달 형태의 돈대도 하나 있다.
방형 돈대 다음에 원형 돈대가 있고 또 그 다음에 방형 돈대가 있다. 어찌 보면 네모난 형태와 둥근 형태의 돈대를 번갈아가며 축성한 것도 같다. 이렇게 교차해서 돈대를 축조한 것은 '천원지방'의 사상을 적용한 것처럼 읽힌다.
천원지방의 사상을 담았을까?
천원지방(天圓地方)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뜻으로, 하늘과 땅의 형상에 대한 동아시아의 기본 세계관을 담고 있다. 하늘은 춘하추동 사계절을 순환하며 둥글게 돌고, 지상의 모든 만물은 동서남북 방위를 갖고 존재한다는 사상을 돈대가 담고 있는 것 같다.
천지의 조화가 양과 음의 도(道)에서 비롯된다고 옛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것은 곧 '천원지방' 사상이기도 하다. 마니산 참성단의 제단도 그러한 사상을 바탕에 두고 설치된 것이라고 하는데, 강화의 돈대들이 모두 그와 같은 생각의 맥락에서 구축된 것은 아닐까? 단순히 땅 모양새만을 본 따서 돈대를 축조했다고 여기기에는 강화도 돈대들의 모양새 배치가 가볍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북일곶돈대를 보면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