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 약물은 크게 신경각성제와 비신경각성제로 나눈다. 국내에서 처방하는 약물은 신경각성제인 메틸페니데이트 계열과 비신경각성제 아토목세틴 계열이다. 약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해소하여 뇌 기능을 개선시킨다. 생활에서 환자의 노력만으로 개선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함으로써 불안, 우울, 낮은 자존감 등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마련해준다. 보통 복용 초기에는 약효가 강하고 서서히 줄다가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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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래도 '진단운'이 '약운' 쪽으로 몰린 것 같다. 처음에 시도한 약을 한 번 증량한 뒤로 3일 만에 효과가 나타나 그대로 정착했다(1~2주 먹어야 효과가 나타나는 약인데, 증상이 심하면 반응이 잘 나타난다고 한다).
부작용의 악명을 익히 들었지만, 첫날은 당황스러웠다. 심장이 성질부리듯 뛰고, 머리가 핑핑 돌고, 먹은 것도 없이 구역감이 들었다. 입안이 사막화되고 팔다리가 저리고 뒤통수에 소름이 돋았다.
다행히 폭풍은 한두 시간 만에 지나갔으나, 입맛이 없어져 밥을 먹으면 음식 모양 모형을 씹는 것 같았다. 밤에는 선잠을 자다 새벽 2~3시에 깨서 눈이 말똥해졌고 꾸역꾸역 잠들면 유체이탈하거나 토하는 꿈을 영원처럼 꾸며 가위에 눌렸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서서히 약해졌다. 2주가 지나자 내 몸이 약 성분과 오붓하게 마주 앉아 쎄쎄쎄를 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입맛도 되돌아왔고 대체로 9시간 넘게 푹 잔다. 약발이 돌면 머릿속 5개의 라디오 채널 중 3개는 꺼지고 1~2개로 정리된다. 외부의 개입으로 내부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기분. 이 거래는 나에게 유리하다는 게 지금의 생각이다.
당위성보다 결과
ADHD 치료제가 증상을 개선할 확률은 80%에 이른다. 하지만 약이 모든 증상을 해결하진 않는다. 내가 먹는 '스트라테라'는 체내 노르에피네프린 양을 늘려 주의집중력을 높이고 불안감도 잡아준다. 하지만 도파민에 관여하지 않으므로 충동성과 과잉행동 조절 효과는 없다. 일의 우선순위를 모르는 습관도 여전하다.
약이 좀 편하게 걷도록 돕는 신발이라면, 사고방식은 걸음걸이나 자세의 문제다. 좋은 신발을 신어도 걷는 법이 잘못됐다면 몸에 무리가 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자신과 세상을 인지하는 틀(자동화된 사고, 인지오류, 핵심신념 등)은 따로 바꿔나가야 한다.
어떤 장애든 정도와 사람에 따라 불편을 줄이는 요령은 다를 수 있다. 가족치료 전문가 리베카 울리스는 정신질환의 약물치료에 대해 '당위성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담과 경두개자기자극술, 생활환경 바꾸기, 명상과 운동 등 다른 과학적인 방법으로 만족스럽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도 좋을 것이다.
다만, 약물에 두려움과 거부감이 크다면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약이 능사는 아니지만, 한 번 발들이면 끝장인 금단의 영역도 아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고려해서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막연히 고민하기보다 여러 입장에서 쓴 책들을 읽어보면 좋겠다. 책을 읽기 어렵다면 인터넷 정보를 참고할 수 있지만, 자신의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만 취하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환자들의 블로그나 영상 기록도 다양하게 참고하되, 약효와 부작용은 개인차가 크니 혼자 결론짓지 말자.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전문가에게 터놓은 뒤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다.
주체적인 치병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