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가격을 놓고 겨루는 모습
중국 바이두
또 중국에서는 '가격을 깎는다'는 표현을 칸지아(砍价)라고도 한다. 칸(砍)은 어떤 물건을 도끼로 찍는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칸지아(砍价)'는 가격을 도끼로 찍어서 잘라내는 행위다.
'가격을 깎는다'는 한국말과 '가격을 세게 쳐서 부러뜨린다'는 중국말에서 중국인의 흥정 기술을 추측해볼 수 있다. 중국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물건을 팔 때, 손님이 최소한 반은 깎을 거라 예상하고 최초 가격을 말한다. 손님이 가격을 깎지 않으면 당연히 더 많은 이윤이 남는다.
상품을 구매하는 일 외에도 일상적 계약, 회사 업무, 사업을 위한 계약 등 모든 거래가 위와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한국인이 중국인과 경제적이든 비경제적이든 어떤 일을 거래하면서 손해를 봤다면 중국식 흥정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운이 없어서, 혹은 나쁜 중국인을 만나서 당한 게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국식 흥정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고, 한국식 흥정 방식으로 거래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당하기 일쑤다.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 나오는 글귀다. '사람이 착하면 사람에게 속고, 성격이 온순한 말만 사람이 탈 수 있다(人善被人欺馬善被人騎)'. 사람은 성격이 온순한 말만 탈 수 있는 것처럼, 착하고 어진 사람은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바가지를 쓴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착하기만(善) 해서는 세상을 살기 어려우니 상대방과 거래를 할 때는 반드시 상대방과 흥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에는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사람과 수요하는 사람이 서로 흥정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인터넷 상점에서 물건값 깎기
중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쇼핑몰은 '알리바바'와 '타오바오' 그리고 '징동'이다. 세 개 인터넷 쇼핑몰 플랫폼 모두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직접 메신저를 통해 가격을 흥정하는 메뉴가 있다.
사는 사람이 한꺼번에 상품 개수를 많이 산다거나 상품에 포함된 옵션을 제외하고 사려고 할 때, 파는 사람과 직접 문자로 대화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두 사람이 흥정해 가격을 결정하면, 파는 사람이 바로 플랫폼에서 흥정한 사람에게만 다른 가격을 적용하는 메뉴를 이용해 거래를 마무리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카카오택시에서 택시와 손님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즉시 배차와 우선 호출 상품 출시를 발표했다가 논란이 일어났다. 즉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 저녁 등 택시를 이용하려는 손님이 많아서,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에 택시 기사에게 웃돈을 제시해 고객이 쉽게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카카오택시 프로그램 기능에 넣겠다는 것이었다.
다르게 표현하면 밤 늦은 시각에 위험한 도로에 내려가서 택시를 향해 '따블'을 외치기보다는, 카카오택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손님과 택시 기사가 적정한 추가 요금을 상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접근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