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라 박단아(왼쪽) 박성민 대표
골라라
패션 업계만큼 빠르게 돌아가는 시장도 없다. 매 해, 매 시즌마다 새로운 유행이 생기고, 이를 반영한 '신상'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국내에서 패션 동향을 가장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곳이 동대문시장이다. 동대문에서는 매일 새 옷이 디자인되고, 유통되고, 소비자에게 선보여진다.
이른바 'K패션 도매 플랫폼'을 표방하는 골라라(박단아·박성민 대표)는 동대문 패션 시장을 IT 기술로 혁신해 나가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국내 패션 업계의 중심인 동대문의 특수한 패션 유통 구조와 독보적 인프라를 온라인 상에 구현하고 있다. 국내 패션 종사자와 도·소매상, 해외 바이어까지 아우르는 '동대문 패션'의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박단아(36) 대표를 지난 3월 30일 서울 동대문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동대문은 좋은 옷을 가장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박 대표가 동대문시장을 사업의 주 무대로 삼은 이유다. 동대문 패션 시장 규모는 연 30조 원으로 국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잔뼈 굵은 디자이너·제작자·도매상이 긴밀하게 교류하며 역동적인 시장 그 자체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오랜 시간 쌓여 온 동대문시장의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오프라인 환경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동대문시장은 수많은 개별 도·소매상 간의 거래가 얽히고설키며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위치한 존재가 바로 '사입삼촌'이다. 사입삼촌은 구매자의 의뢰를 받아 동대문에서 상품 픽업 및 반납을 대신하는 사람을 뜻한다. 골라라는 이러한 사입 과정의 비효율성을 기술로 해결하고 있다.
"동대문은 말하자면 각개전투를 하는 곳이에요. 사입삼촌이 소매상과 개별 매칭 되다 보니 한 도매 매장에 A 삼촌도 들리고, B 삼촌도 들리고, C 삼촌도 들리면서 중복 노동이 발생하죠. 사입삼촌의 수익이 들인 노동력과 비례하지 않는 것도 문제예요. 보통 거래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매장 10곳을 돌며 각각 100만 원어치 상품을 사입했을 때나 한 매장에서 1000만 원어치 상품을 사입한 경우나 같은 돈을 버니까요."
골라라는 소매상이 온라인으로 도매상의 상품들을 검색하고 주문에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가교 역할도 한다. 의류 도매 거래는 소매상의 취급 상품 수량과 규모에 따라 방식이 제각각인데, 이 과정에 필요한 기능들을 서비스에 탑재하며 거래 편의를 제공하는 중이다. 현재 국내 1만 5000곳 이상의 도·소매상이 골라라의 온라인 주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세금계산서 처리와 송금 등 거래처마다 일일이 처리해야 하는 정산 업무도 골라라 내에서 간편하게 처리 가능하다.
"소매상 입장에서는 시즌 별로 잘 나가는 상품군을 찾고, 여러 상품을 비교해 잘 팔릴 만한 상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해요. 저희는 이런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기능들도 서비스하고 있어요. 상품마다 패턴과 소재, 디자인 요소 등 다양한 시각적 정보를 데이터화 하는 건 기본이고, 계절이나 날씨, 기온에 따른 품목별 판매량을 분석해 어떤 아이템이 인기 있는지도 알려주죠."
'재고 리스크'를 해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