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도바의 대형마트 판매 안내문우크라이나산 해바라기유 공급차질로 1인당 최대 5리터까지 구매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고정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이 상황이 지속된다해도 코르도바는 전국적으로 생산량이 많고 품질이 뛰어난 올리브유 산지라 이를 대체할 수 있긴하다. 하지만 흔히 먹는 지역 생산품으로 만든 간식이나 후식 등은 해바라기유로 튀긴 것이 많아 가격 상승과 물량 공급의 부족은 불가피했다.
해바라기유 뿐이겠는가. 스페인은 중요한 사료 생산국이라 곡물과 기름이 필요한데 이를 공급하던 주요 국가가 우크라이나였다. 전쟁 시작 단 며칠 만에 밀과 옥수수의 가격은 30~60%가 올랐고 이는 사료 가격에 영향을 미쳐 유제품과 육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마트마다 우유가 동이 나서 겨우 하나 남은 것을 사왔다는 신랑의 이야기와 텅 빈 우유 코너 사진이 채팅방에 속속 도착하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코르도바 뉴스에서는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물가 상승을 확실히 체감한다며 가격이 너무 빨리 많이 올라 무섭다고까지 했다.
기름값이 올라서 파업하는 운송업체와 지지하는 시민들
유가 상승으로 인한 혼돈의 흔적은 코르도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은 소비 에너지의 40%가 석유에서 비롯되어 기름값에 매우 민감하다.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자 유럽의 에너지 주요 공급국인 러시아는 스페인의 경제에도 침공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되자마자 기름값이 오르기 전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주유소에 길게 늘어섰다. 그리고 가파른 유가 상승으로 큰 타격을 받은 트럭 운송업자들이 3월 14일부터 전국적인 파업을 시작하여 물류난이 스페인을 덮쳤다. 당연히 슈퍼마켓에는 각종 식자재들이 공급되지 않아 빈 가판대가 늘어났다.
얼마전 570여 대의 운송 트럭들이 코르도바에서 경적을 울리며 파업을 했는데 그 소리는 집안에서도 들릴만큼 컸다. 내 예상과는 반대로 시내를 지나는 트럭 행렬에 코르도바 사람들은 박수와 인사를 건네거나 사진, 동영상을 찍으며 지지를 표현했다. 그러고보니 이에 대해 불평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겨우 이번 주에 들어서야 이곳 코르도바에도 화물 운송이 정상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엊그제 장보러 간 대형마트에는 의외로 부족한 물건들이 많았지만 직원들은 정상화되는 것이 체감된다며 빈 가판을 채우느라 분주했다. 작은 상점에서 만난 운송 기사는 쌓였던 화물을 운송하느라 가게 주인이 건네는 물 한잔 마실 시간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