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물질 출어(1950년대)서귀포 해녀들이 갓물질을 하려고 출어하고 있다. '갓물질'은 해녀들이 가까운 바다로 헤엄쳐나가 미역 따위를 따는 물질을 말한다. 앞에 '문섬'이 보인다.
홍정표
- 예전엔 톳과 같은 듬북을 농사 거름으로 썼다고 하셨는데, 해조류에 남아 있는 소금은 어떻게 처리했나요. 농사에 영향이 없는 건가요.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일본에도 듬북을 농사 거름으로 썼는데 민물로 좀 씻고 밭에 깔았어요. 그런데 제주에는 듬북을 그냥 밭에 깔아도 보리가 잘 자랐어요. 제주의 땅, 화산섬이라 그런 겁니다. 비가 한 번 내리면 듬북에 남아 있던 소금이 싹 씻겨 내려갔어요. 민물로 씻을 필요가 없어요. 듬북은 생명줄입니다. 듬북이 있어야 겨울 보리농사, 여름 조 농사가 가능했어요. 제주도는 듬북 때문에 마을끼리 싸움이 나서 마을이 갈라진 적도 있었어요."
- 제주도 해녀 생활사에서 감태가 큰 역할을 했다는데요. 감태가 먹고사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감태는 요오드 성분이 있어서 상처에 바르는 약품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했지만, 전쟁이 나면서 폭탄의 원료로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일제시대 이야기입니다. 당시 러일전쟁이 일어나자 일본 국방성은 성산포 오조리 다리 옆에 감태 공장을 지었어요. 교역로가 차단되니 전쟁 무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오드의 1/5을 제주도에서 구했던 겁니다. 제주 해녀들은 파종기와 수확기 사이인 음력 7~8월 농한기에 감태를 따서 팔았어요. 품질이 좋은 가파도와 마라도 감태를 배에 실어다 성산 공장에 팔기도 했습니다. 미역을 캐는 게 주 생업이었는데 감태가 돈이 됐어요. 그 돈으로 해녀의 아들들이 일본 관동지역의 와세다, 관서지역의 리츠메이칸 대학으로 유학을 갔어요. 아이들이 똑똑했지요. 감태 판 돈으로 깜깜이인 해녀 어멍을 대신해 글을 배우고 영수증 전표를 쓰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공부를 시켰어요. 그런데 해녀 아들들이 유학 간 일본 대학들은 당시 사회주의 이념이 가장 활발했던 곳이라 그곳에서 사회주의 이념을 배워서 돌아온 거죠. 제주로 돌아온 그 아들들은 일본이 패망했으니 민중이 주인인 사회를 만들자며 주민들과 열심히 공부 모임도 열고 집회를 했고요. 영향이 컸습니다. 그러다 1948년 '4.3 항쟁'이 터졌고… 어쩌면 제주도의 4.3은 풍족했던 감태 때문이었어요."
- 풍족한 감태와 비극적인 제주 4.3, 그런 연관성이 있었네요. 제주도는 소라와 성게도 풍족했었지요. 일본으로 수출도 많이 했다고 하던데요.
"한국에서 소라는 전라도 청산도와 남해안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섬에도 났지만, 제주도가 으뜸이었어요. 서울이나 서해안 사람들은 굴을 먹어봤지만, 소라는 먹어보지 못했어요. 그 진가를 몰랐지요. 일본 사람들은 소라를 무척 좋아했어요. 소라로 통조림을 만들고 전쟁 때는 군납을 하기도 했어요. 식민지 시대에 제주도에는 '구쟁기(소라) 공장'이 많이 생겼어요. 오늘 가서 물질해오면 그 자리에서 전표를 쓰고 현금으로 바꿨어요.
1960년대는 성게를 소금에 절여서 일본으로 보내기도 했어요. 이후에는 나무 포장이 된 '곽성게'를 수출했어요. 제주 전역을 돌아 걷어 온 '솜'(말똥성게)이나 보라성게를 동네 삼춘들이 차 스푼으로 하나씩 까서 곽 위에 예쁘게 담아 비행기로 보냈어요. 제주도 해녀는 미역, 감태, 소라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성게를 했습니다. 청정바다이니 가능한 일이었지요."
- 지금 제주바다는 어떤 상황인지요.
"지금은 청정바다도, 듬북도 찾을 수 없어요. 최근까지도 우도에 가면 삼사월에 모자반이 늙어서 떨어지고 뭉쳐서 바다에 떠다녔어요. '멀레 듬북'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보면 낚시질도 멈추고 낫으로 듬북을 걷어왔어요. 횡재였지요. 갯가로 몰려온 '멀레 듬북'은 마을 공동 소유였어요. 20~30년 전만 해도 제주 서민 생활사의 생명줄이었어요. 이제는 슬픈 자화상만이 가득해요. 제주 해녀는 바다에서 할 물건이 없어 보령이나 태안으로 '출장 물질'을 갑니다. 소라에도 갯녹음이 껴서 상태가 안 좋아요. 다, 자업자득입니다. 제주섬이 넘쳐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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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바다 인터뷰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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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사라지면, 결국 인간은 멸종 위기에 들어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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