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시인의 시집
시인동네
몇 년 전에는 시골 땅을 더 산다는 것을 극구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매일 몸 아프다, 힘들다 입에 달고 살면서도 왜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이 한탄은 농사를 짓는 부모를 둔 자식들의 공통적인 감탄사일 것입니다.
자식으로서 할 말은 없습니다. 멀리 있다는 구실과 바쁘다는 핑계로 일 년에 몇 차례 찾아가는 것이 전부이니까요. 부실한 몸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지도 못하지만, 만약 도와드릴 경우 땅을 늘리고 농사를 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제가 혼잣말로 가끔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것은 다해도 농사만큼은 못하겠다고. 농사만큼 힘든 것이 없다고. 제가 농사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겨울이면 따뜻한, 여름이면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는 저에게는 한여름 고추밭과 담배밭의 후덥지근한 열기는 단 한 시간도 견뎌낼 수 없는 고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라면,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농사라는 산업과 농촌이 '섬'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사의 가치가 무시당하기 일쑤입니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농사는 우리가 아니라 외국의 값싼 노동력이 지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과거 쌀 수입 반대는 세계화를 거스르는 어리석고 무의미한 반항으로 뉴스에 비친 적도 있습니다. 오늘날 농지는 개발로 지속해서 줄어들고 농사는 하면 할수록 빚만 쌓여가는 산업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국가의 제도적 장치도 미미하고, 지원도 부실합니다. 다수의 농민이 게릴라처럼 농촌이라는 전쟁터에서 버티고 있는 정도입니다. 국가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농촌과 농업, 이렇게 섬으로만 남겨져 외면당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정치인들은 지방을 순회할 때마다 농업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런데요, 농업인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정치인들의 선심성·일회성 정책의 바탕에는 '도시에 사는 자식이 농촌의 부모를 바라보는 딱 그 정도'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농민의 간절함을 모르는 것입니다. 농촌의 현실을 알지 못하니, 자신들의 수준과 같은 도시인의 관점에서 농촌을 바라볼 뿐입니다.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아는 것은 단 하나, 저 농촌이, 농촌에 사시는 부모님들이 섬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홀로 외떨어진 낙도처럼 제대로 된 의료시설도 없이, 농촌은 의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지역'이 되어 가고 있다는, 아픈 사실이.
시 쓰는 주영헌 드림
김영진 시인은...
1973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를 오가며 자랐습니다. 2017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시집으로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문의>가 있습니다. 공무원노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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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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