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을 젊은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백화점 안의 카카오 친구들이 그녀를 보는 것 같다
오창환
아는 사람들이랑 미술관에 가면 내가 미술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하고, 몇몇 사람들이 자기는 이 작품을 이러저러하게 해석했는데 그것이 맞는 해석이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는 작가와 감상자의 관계에서 작가가 절대적인 권한을 가졌다. 작품 감상이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그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작가-작품' 관계보다는 '작품-감상자'의 관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술 분야뿐만 아니라 매스미디어나 영화 쪽에서 수용자 연구가 활발하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는 예술 작품을 수용하는 태도를 스튜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으로 나누었다. 스튜디옴이란 작가나 수용자가 공통으로 생각할 수 있는 통념에 기초한 감상을 말한다. 감상자는 작가가 의도한 바를 작가와 동일하게 느낀다.
푼크툼은 "찌른다"는 라틴어에서 나온 말로, 일반적인 통념을 떠나 감상자에게 찌르듯이 다가오는 특별한 감정을 말한다. 감상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지극히 개인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튜디움도 푼크툼도 작품 감상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며, 어느 쪽이 옳거나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서울 소공동 입구에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이 있다. 원래 이 자리는 1920년대부터 백화점이 있었는데, 이 백화점을 시작한 사람이 양복점을 하던 사람이어서 인지, 이 백화점은 일찌감치 양복 잘하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광복을 전후해서 종로에 들어선 양복점 주인이 모두 그곳 출신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소공동에는 양복점들이 남아있다. 영화 <킹스맨>에서 국제 첩보 조직 본부가 런던의 한 양복점에 있다. 한국판 <킹스맨>을 만든다면 소공동에서 찍어야 할 듯하다.
이 건물은 해방 후 몇 번 주인이 바뀌다가 1966년에 미도파 백화점이 되었다. 명동에서도 가장 목이 좋은 자리에 있었지만 롯데 백화점과 신세계 백화점과 경쟁하기에는 힘에 부쳤나보다. 결국 2002년 롯데 그룹에 인수되어 지금은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