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에 시행했던 코로나 자영업 대출관련 하여 점주들 단톡방 대화
권성훈
경기도 인근에서 대형 고기 뷔페를 운영하는 사장 A씨와 서울에서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B씨 모두 진작에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반 대출로는 이런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없으니 당연히 신청했다면서, 거치 기간과 상환 기간도 길어 '위드 코로나' 이후 사업이 정상화 될 때까지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이미 해당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거나 인지도 있는 브랜드로서 충성도 있는 고객을 확보한 경우였다. 그러니까 대출을 받아도 '위드 코로나'가 지속되거나 아예 코로나가 종식되면 얼마든지 대출금은 회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주들이었다.
그러나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상황이 달랐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폐업을 준비하던 한 가맹점주에게 '정부에서 시행하는 저리 대출로 당분간 견뎌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자, 그는 "현재 가게 보증금도 까먹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받아 봐야 모래사장에 물 붓는 격이니 그 또한 빚으로 남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장기화한 코로나 재난 속에서 모든 것이 다 속절없는 노력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세한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이런 금융지원에는 관심이 없거나, 설사 관심이 있어도 코로나 재난이 언제 종식될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터라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여러모로 아쉬운 정책
나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당사자다. 2019년 말, 작고 영세하지만 나름의 희망을 품고 출발한 우리 회사는 외식 가맹사업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난 여기서 관리직으로 근무 중이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재난이 덮쳤다. 물론 직접적인 피해를 본 호프집, 노래방 등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의 변화를 일으킨다'란 뜻이 담긴 '나비효과'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 시행되었던 각종 제한들이 서서히 우리 회사 사업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급기야 매출도 곤두박질쳤다.
그런데도 우리 회사는 정부의 지원 사업 초기 때는 매출 감소 비교 기준의 허점 때문에(2019년 말에 설립 한 회사임에도, 2019년과 2020년 매출을 비교해 올랐다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 현재는 지원 대상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밝힌 것과 같이, 영세한 자영업자나 우리 회사와 같은 신규 자영업자(사업자)들은 아무리 이자율이 낮아도 선뜻 정부가 내놓은 금융지원을 받겠다고 나서기 어렵다. 영세한 사업자는 언제나 자본에 쪼들리고, 신생 업체는 사업 경력이 짧아 비축된 자본, 경험이 없다 보니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전례가 없었던 이번 코로나 재난 앞에선 더더욱 그렇다. 대출이란 것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받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애초부터 시쳇말로 '먹튀'를 염두에 둔 걸 것이고, 자칫 사업뿐 아니라 가정마저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누군가의 불행을 떠올리면서 대출 정책을 마련한 것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