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
위키커먼즈
추운 겨울 호빵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인기가 좋았다. 뽀얀 빵 안에 달콤한 팥이 들어있는 팥 호빵은 어른들에게, 고기만두 맛이 나는 야채호빵과 피자맛이 나는 피자호빵은 어린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나는 팥, 야채, 피자 할 것 없이 모든 호빵을 좋아했다.
너무 추워 눈도 다 못 뜬 채로 등교를 하는 나에게 엄마는 찜기에서 따뜻한 호빵을 하나씩 꺼내 주셨다. 포슬포슬한 호빵을 반으로 갈라 뜨거운 김이 나는 호빵을 대충 호호 불어 급히 입으로 넣고 나면,
"하, 뜨거워 뜨거워."
"조심히 식혀 먹어야지...!"
여지없이 입천장을 데이고 마는 어린 나와, 그런 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잔소리하는 엄마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따뜻한 호빵을 우유와 함께 먹고 엄마가 챙겨주는 코트와 목도리를 칭칭 감고 나오면, 아무리 추운 겨울바람도 무섭지 않았다.
호호 불어먹던 호빵은 사라졌지만
어린 날의 그때처럼 오랜만에 호빵이 먹고 싶어졌다. 분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편의점에서 호빵 찜기에 데워진 따뜻한 호빵을 팔았던 거 같은데, 이젠 호빵 찜기가 보이지 않았다. 호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없어진 걸까, 아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밖에서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일까.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은 포기하기로 하고, 마트에서 봉지째 파는 호빵을 몇 개 구입했다. 집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호빵은 이상하게 예전만큼 감동스럽지 않았다.
호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레시피가 있는지 찾아봤다. 그러다 예전에 티브이에서 봤던 '호빵 에그 번' 레시피가 떠올라 시도해봤다. 재료로 들어가는 호빵과 계란, 피자치즈 그리고 베이컨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라 기대가 됐다. 이 레시피에는 팥 호빵보단, 안에 푸짐한 내용물이 들어간 고추잡채 호빵이나, 야채, 피자 호빵 등이 더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