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꿀벌이 꽃에서 꿀을 먹고 있다.넓적한 뒷다리에 화분을 공처럼 만들어 붙이고 벌집으로 향한다.
이상헌
벌잡이새는 벌을 주식으로 하기에 영명으로도 Bee-eater 라고 한다. 우리말로 하자면 '벌먹새' 정도 될 것이다. 물총새 비슷하게 생겼으며 색상도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을 지녔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부 유럽에 산다. 앵무새처럼 여러 마리가 살며 공동 육아를 하기도 한다.
잠자리나 흰개미, 나비 등을 먹기도 하지만 주식은 벌이다. 꿀벌을 잡기 편하도록 주둥이가 제법 길고 벌을 잡은 뒤에는 침을 제거하기 위해 바위에 문지른다. 꿀을 먹지는 않지만 꿀을 생산하는 벌을 잡아먹음으로 인해서 양봉업자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러나 말벌이 잡아먹는 꿀벌에 비하면 벌먹새의 식성은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장수말벌은 다른 군집에 쳐들어가 약탈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벌 애벌레를 키우기 위해 꿀벌을 사냥하는 것이다.
말벌을 쪄 죽이는 토종꿀벌도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
우리에게 친근한 꿀벌은 크게 양봉꿀벌(서양꿀벌, Apis mellifera)과 재래꿀벌(토종꿀벌, Apis cerana)이 있다. 토종은 양봉에 비해서 약간 몸집이 작은편이고 검은빛이 돈다. 서양꿀벌집에 말벌이 출현하면 그 집단은 거의 전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장수말벌과 공진화 하여 현재에 이른 토종꿀벌은 조금 다르다.
재래꿀벌의 방어수단은 말벌을 벌집 안으로 유인하여 수십여 마리가 감싸고 날개를 진동시켜 열을 발산시켜 말벌을 쪄죽인다. 공모양으로 뭉친 내부 온도는 섭씨 50도까지 올라가므로 말벌은 산채로 화형을 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천년 넘게 우리 곁을 지켜온 토종꿀벌은 현재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바로 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 때문인데 토종벌 사이에서의 코로나19라고 봐도 무방하다. 애벌레의 소화기관에 바이러스(sacbrood)가 침투하여 집단을 멸절로 이끈다. 감염된 애벌레는 점점 갈색으로 변하면서 폐사하는데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벌은 병든 애벌레를 내다 버리지만 워낙 전염 속도가 빨라서 한번 발생하면 군체를 완전히 붕괴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