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꽃검정파리.몸 길이 5mm 정도의 작은 파리로서 쑥부쟁이에서 꽃밥을 먹고 있다.
이상헌
곤충이 나온 영화 중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면 데이빗 크로넨버그(David Paul Cronenberg)가 리메이크 한 '파리(The Fly, 1986)'가 있다. 제프 골드블럼(Jeff Goldblum)과 지나 데이비스(Geena Davis)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데, 물질 전송기로 실험을 하다가 파리와 유전자가 뒤섞여 버린 한 과학자의 비극을 다뤘다. 원작은 1958년에 처음 개봉되었으며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할 때 굉장히 파격적인 소재였으며 이후 등장하는 SF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람을 구하는 파리,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파리
파리류를 한자로 쌍시목(雙翅目)이라 한다. 학명을 보면 'Diptera = dis(두 개) + pteron(날개)'. 파리류는 앞날개 한쌍만 있다. 뒷날개는 퇴화되어 곤봉처럼 생겼으며 초기 연구자들은 이것을 평균곤(balancer)이라고 불렀다.
말 그대로 평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지금은 홀티어(Haltere) 라고 부른다. 하워드 에반스(Howard E. Evans)는 <곤충의 행성, Life on a Little-Known Planet>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파리가 나는 동안 홀티어는 빠르게 움직인다. 집파리의 홀티어를 제거한 뒤 놓아 주면 나선형을 그리며 하강하다가 결국 바닥에 추락하고 만다. 하지만, 홀티어가 없는 파리의 배 끝 부분에 짧은 실을 붙이면 훨씬 더 잘 난다. 그 실은 연꼬리 비슷하게 일종의 안정 장치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일 대학의 톨벗 워터먼(Talbot Waterman)의 말을 빌리면, 홀티어는 "비행기가 선회할 때의 방향과 속도를 알려주는 선회계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동물계에서 알려져 있는 유일한 자이로스코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