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발전소 조성주 상임이사(대표).
정치발전소 홈페이지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의 짧은 메시지가 이어졌다. 격려나 응원의 말은 알맞지 않은 것 같다며 운을 뗀 그는 "정치는 시민을 구원하지 못한다"고 했다. 명확하고, 서늘했다. 구원은 종교의 영역이지 정치의 영역이 아닌데 자꾸만 정치가 도그마에 빠져 이룰 수 없는 약속으로 시민을 현혹시킨다는 지적이었다.
'시민을 구원하겠노라'고 호도하는 정치인은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치는 현실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고단한 과정 속에서 열리는 가능성에서 생명력을 얻어야 한다는 조성주 대표의 말은 단호했다. 이상주의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타당한 그의 말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그렇기에 좋은 정치인, 아니 최소한 나쁘지 않은 정치인이 되려면 하늘에 떠다니는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 손에 퉁겨지고 발에 차일지언정 땅에 발붙인 약속을 해야 한다. 정치는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닌 인간에 대한 신뢰로 지탱되기에. 정치인과 유권자가 주고받는 건 하늘나라 교리와 신앙심이 아닌,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어보겠다는 약속과 신뢰이니 말이다.
고마울 필요가 없는 사회... 연대 통해 모두를 위한 '한걸음' 내딛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수중에 수조 원의 재산이 있고 선한 의지로 이 돈을 쓰고자 한다면 많은 동료 시민의 삶을 즉시 개선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오래 걸리고 합의하기도 어려운 제도를 만들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아쉽게도 이런 상상은 두 가지 이유로 현실이 될 수 없거나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단 수조 원은커녕 몇 만 원을 빌려달라는 지인의 요청에도 선뜻 응하기 어려운 것이 나의 형편이자 우리의 현실이다. 또한 소수 재력가의 선한 의지에 기대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시민 간 연대를 돈에 의한 시혜와 수혜의 원리로 바꿔 놓는다.
개인의 선행은 미담을 낳지만, 법과 제도는 미담이나 훈훈함을 풍기지 않는다. 사회적 부를 재분배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일은 한 번 제도화되면 이내 당연한 것이 되고 그 누구도 고마움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일상 속 민주주의의 흔한 풍경이어야 한다. 누군가는 늘 베풀고 누군가는 늘 고마워하는 세상은 민주적이지도 평등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두의 더 좋은 삶을 위한 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공약이란 공직 후보자의 공적 약속인 동시에, 너와 나 공히 받아들일 만한 사회적 계약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