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을 던져도 멋진 답변을 내놓은 10대 여중생들의 답안지와 교육 자료
최육상
나는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긍정적인 단어는? 지금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오늘을 다시 시작한다면, 무엇을 다시 할까? 가장 주고 싶은 선물은? 내가 나한테 한 가지 질문을 한다면? 오늘 먹은 점심(급식)의 특징은? 본인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산이 좋은가, 바다가 좋은가?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에 대한 생각은? 등등 학생들 입장에서는 평범한 질문도 있고, 예상치 못한 질문도 있었을 것이다.
질문을 던진 이유는 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다루지 못할 이야기가 무엇일까, 그런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학생들은 답을 적고 한 명 한 명 본인이 그 이유를 설명하며 대화를 나눴다.
언론은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다. 결국 뉴스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나는 학생들이 세상을, 주위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했다.
열다섯, 열여섯 살 여학생들이 바라보고 꿈꾸는 세상은 어른들의 시선과는 확실하게 결이 다르다. 자유분방함, 천진난만함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안 된다. 학생들은 모두 소박하지만 커다란 꿈을 품고 있다. 아직까지 그 꿈을 큰 목소리로 마음껏 외쳐보진 못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과 사회에 진출할 무렵이면 자신만의 꿈을 크고 분명하게 그려갈 것이다.
세상 이야기 함께 재잘재잘 떠든 시간
말이 거창해 언론 교육이다. 대학생들에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교육을 시켰던 적은 있지만, 10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언론 교육은 처음이었다. 사실은 사춘기를 지났거나 한창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을 학생들과 세상 이야기를 함께 재잘재잘 떠들었다. 내게는 참으로 색다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5개월 정도를 함께 한 지금, 다행히도 나는 10대 학생들의 시선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현재 순창여중 학생들은 학교 신문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태어나서 처음 기자가 돼 기사를 쓰고 있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행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취재하고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풋풋하고 거칠지만 신문 지면에 학생 기자로 자신의 이름을 새기게 된다.
순창여중 학교신문 발간, 기대하시라
순창여중 학생들과는 순창여중 후문 쪽에 걸린 "한국은 5면이 바다이죠, 동해, 서해, 남해, 선배님들 사랑해! 그리고 졸업을 축하해!"라는 현수막에 호기심이 동해 지난 1월 29일 취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오마이뉴스>에도 보도된 관련 기사는 순창군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관련기사 :
"한국은 5면이 바다" 순창여중 현수막 보셨나요]
순창여중 학생들과의 인연은 전북교육청에서 지원을 받아 '2021학년도 민주학교 운영계획'에 따라 '학생자치회 중심 자율동아리 활동 지원 미디어 교육'을 하면서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바라는 점'을 물었을 때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수업 재미있게 해 주세요."
조만간, 순창여중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학교 신문이 발간될 예정이다. 나도 학생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
"기사 재미있게 써 주세요."
어쨌든! 순창여중 학생들에게 기대 많이 하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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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데뷔 앞둔 순창여중 학생들, 사연은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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