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깍지벌레 암놈.나무에 달라붙어 다리를 숨기면 나무 껍질과 잘 구분되지 않는다.
이상헌
오늘날에는 깍지벌레를 말려서 분쇄후 가공해 딸기우유의 분홍색을 만든다. 아이스크림이나 게맛살, 소시지, 젤리 등 여러 식품에 첨가돼 먹음직스러운 빨강색을 구현하는 것이 바로 연지벌레의 코치닐(cochineal)이다. 최근에와서 음식물에는 코치닐을 첨가하지 않는 추세다.
WHO에 따르면 과다 복용시 알레르기와 같은 과민 반응을 일으킨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사람의 입맛은 잘 바뀌지 않으므로 글쓴이는 빨간색의 딸기 우유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소젖을 자주 먹지는 않지만 가끔가다 달달한 것이 먹고플 때는 핑크색 딸기 우유를 고른다.
미국 독립 전쟁과 커피 문화를 만들다
진홍색의 코치닐 염료를 만드는 연지벌레(Dactylopius coccus)는 부채선인장에 모여 산다. 오래전부터 아즈텍인들은 깍지벌레를 으깨어 옷감을 염색했다. 1519년 에스파냐의 약탈자 에르난 코르테즈는 화려하게 치장된 아즈텍의 9대 황제 목테주마(Moctezuma)의 의상을 보고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코르테즈는 깍지벌레를 스페인으로 보냈고 그 즉시 관련산업이 부흥하면서 대성공을 거둔다.
1600년이 되자 코치닐은 멕시코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으며 금과 은에 이어 세 번째 화폐가 됐다. 당시 패권을 장악한 스페인은 연지벌레 염료의 비밀을 철저히 숨겼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숨겨진 베일이 벗겨지면서 미국 식민지 상인들은 멕시코에서 코치닐을 사들이려고 한다.
이 삼각 무역에서 영국 중간 상인들은 웃돈을 요구하며 갖은 횡포를 일삼는다. 불평등한 관세와 교역에 불만이 쌓여가던 중 '보스턴 차 사건'과 함께 코치닐 염료는 미국 독립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대중들이 즐기던 차(tea)에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자 보스턴 시민들이 차가 담긴 상자를 바다에 던져버리고 독립 투쟁에 나선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정책적으로 차를 멀리하고 대체 음료를 찾게 되는데 이때 커피가 급부상한다. 연지벌레에서 시작한 나비효과가 스타벅스로 이어져 커피 문화는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