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발전소 '정치-력: 우리동네 공약만들기' 중 갈등관리 관련 강연이 8월28일 진행됐다. 오진아 소셜디자이너 두잉 대표는 강연에서 사회에서 마주치는 갈등이 마치 바다 위 빙산과 같다며 그 아래 '욕구'를 들여다보자고 했다.
소셜디자이너 두잉
다들 자기 이름으로 돼 있던 대화명을 역할명으로 바꿨을 뿐인데, 고도로 몰입한 참여자들 덕분에 줌(zoom)에서 실시간 정치드라마 한 편이 만들어졌다. '전 구의원인데, 이러이러해서 반댑니다' '전 신혼부부인데요. 왜 놀이터를 이렇게 싫어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배드민턴 동호회장입니다. 이곳을 놀이터 말고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조성하면...' 등등 재치 넘치는 발언들이었다.
도무지 타협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참가자들을 '원래의 나'로 되돌려보낸 오 대표는, 사회에서 마주치는 갈등이 마치 바다 위 빙산과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찬성, 같은 반대라 하더라도 그건 물 위에 떠 있는 일각일 뿐이고, 물밑에는 훨씬 큰 얼음덩어리가 숨겨져 있다. 수면 윗부분이 '입장'이라면 수면 아래 부분은 '욕구'다. 보이는 입장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 이해관계자들의 욕구가 무엇인지까지 이해해야 갈등을 풀어낼 수 있다.
놀이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다 다르듯, 서로의 욕구를 두루 절충할 수 있다면 결코 좁혀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입장 차이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모른다.
반려동물도 주민도 행복한 '어떤 공원'
워크샵의 마지막 순서는 '반려동물 전용 공원 만들기'로 꾸며졌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공원에 동물을 데려오는 통에 산책하고 쉴 수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전용 공원을 만든다면 어떨까? 반려인구의 필요를 만족시키면서 동네 주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대안이 있을지 조별로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역시나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솟구쳐 나왔다. 연구용역을 통해 공원이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파악하자는 의견, 완충녹지를 충분히 조성해서 소음문제를 해결하자는 대안이 나왔다. '펫+키지'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반려동물특화상가를 공원 옆에 조성하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지역형 일자리를 만드는 한편, 반려동물 지역커뮤니티를 지원하여 지역공동체를 강화하자는 정책 패키지가 뚝딱 도출됐다.
처음에는 그저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만 좋은 계획처럼 보였는데, 이해당사자들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속뜻을 이해해보려고 시도하니 보다 입체적인 방안이 만들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선한 일을 도모하더라도 반대의 목소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면, 반대하는 이유까지도 해소할 수 있는 큰 틀의 계획을 내놓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다.